호주 보안정보기구(ASIO) 마이크 버지스 국장은 12일 중국 정부와 인민해방군을 위해 활동하는 해커 조직이 자국 내 통신망과 주요 기반시설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며 이들이 실제로 사이버 파괴공작을 감행할 경우 “경제 전반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버지스 국장은 이날 멜버른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히면서 “호주가 이미 대규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사이버 파괴공작의 문턱에 왔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와 중국 등이 경제적 피해를 주거나 경쟁국의 군사 역량을 약화시키려고 중요 인프라를 사이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국가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버지스 국장은 “한 국가가 호주와 다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동맹국의 중요 인프라에 대해 반복해서 탐색·침투 시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공격 대상은 수도·운송·통신·에너지 네트워크 등 사회 필수 기반시설 전반에 걸쳐 있다고 한다.
버지스 국장은 “이들 해커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이용해 네트워크를 탐색하고 취약점을 찾으면서 정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일단 침입에 성공하면 시스템 지도를 작성하고 장기간 탐지되지 않은 채 접근 권한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시점에 파괴공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해커그룹인 ‘솔트 타이푼(Salt Typhoon)’과 ‘볼트 타이푼(Volt Typhoon)’의 활동을 거론하며 “이들은 중국 정보기관와 인민해방군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솔트 타이푼’은 주로 첩보 수집 목적의 해킹을 수행하는데 2023~2024년 미국 통신사들을 상대로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볼트 타이푼’은 괌 등에 있는 미군 시설과 주요 기반시설을 겨냥해 향후 파괴공작를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버지스 국장은 “중국 해커들이 이미 호주 통신망을 정찰한 정황도 확인됐다”며 “이들이 원한다면 통신망이나 전력망을 차단하거나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또한 그는 “최근 단기간 통신 장애조차 사회에 큰 혼란을 야기한 사례가 있었다”며 “만약 외국 정부가 모든 네트워크를 동시에 마비시키거나 폭염 속에 전력을 끊거나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킨다면 그 파장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지스 국장은 호주가 지난해 간첩 행위와 사이버 공격 등으로 125억 호주달러(약 11조9801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추산했다. 이중 20억 호주달러는 기업의 영업기밀 및 지식재산 침해에 따른 피해였다.
그는 “사이버 첩보 행위는 이제 ‘예상 가능한 수준’을 넘어 ‘매일 발생하는 현실’이 됐다”며 “과거에는 정보 탈취나 내정 간섭이 주목적이었지만 글로벌 긴장이 고조되면서 일부 국가는 이제 실제 파괴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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