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북극의 차가운 바다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목격됐다. 노르웨이 북부 스케르보위(Skjervøy) 해역에서 범고래(Orcinus orca)의 야생 출산 장면이 세계 최초로 촬영된 것이다. 2025년 11월 2일 진행된 관찰에서 어미와 새끼, 그리고 무리 전체가 보여준 협력 행동이 드론 영상으로 명확히 기록되며 해양생태 연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이번 관측은 노르웨이 오카 조사팀(Norwegian Orca Survey)과 오카 채널(Orca Channel)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두 기관은 북극권 해양생태계에서 범고래의 사회적 행동을 장기적으로 추적해온 민간·학술 협력 단체다.
◆ 바다가 붉게 물든 출산의 순간
조사팀은 당시 먹이를 사냥하던 암컷 무리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때 한 마리가 수면 가까이로 빠르게 이동하더니 회전하듯 몸을 틀었다. 잠시 후 바닷물이 붉게 변했고, 작은 머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장에 있던 연구원들은 그제야 출산이 시작된 것을 알아차렸다.
새끼가 태어나자 무리(포드) 전체가 즉시 주위를 감쌌다. 암컷과 미성숙 개체들이 새끼를 밀어 올리거나 등에 태워 수면 위로 올려 보내 호흡을 돕는 모습이 드론에 포착됐다. 노르웨이 오카 조사팀은 "출산 직후 약 15분 동안 새끼가 물에 뜨기 어려워했지만 곧 안정적으로 헤엄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오카 채널의 크리스티나 벌러터이는 "바닷물이 붉게 물든 순간 긴장감이 돌았지만, 새끼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고 말했다. 조사팀은 관찰선들에게 엔진을 끄고 소음을 최소화하도록 요청했으며, 주변 선박들은 조용히 거리를 두었다.
◆ 북극의 어미와 새끼, 그리고 협력의 순간
이번 출산의 주인공은 'NKW-591'로 식별된 암컷으로, 2013년 처음 개체식별이 이루어진 이후 여러 차례 출산 경험이 있는 베테랑 개체다. 태어난 새끼의 등지느러미는 아직 접혀 있었는데, 이는 태내 성장 구조의 흔적으로 하루 이내에 정상 형태로 펴진다.
범고래의 출산은 그동안 수족관이나 사육 환경에서만 관찰돼 왔지만, 야생 상태에서 출산과 보호 행동이 연속적으로 기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번 영상을 바탕으로 새끼의 생존율과 무리 내 역할 분담, 초기 양육 행동을 분석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해양 포유류의 사회적 구조 연구뿐 아니라 해양 관광과 보전 정책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르웨이 오카 조사팀은 "이번 기록은 범고래의 협력 행동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며 "새끼의 성장 과정을 장기적으로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산이 이루어진 스케르보위 해역은 겨울철 청어 떼를 쫓는 범고래가 자주 출현하는 지역으로, 드론 기반의 개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출산이 해당 해역 개체군의 안정적 번식 활동을 의미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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