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군 "군비 부담 가중…공원 직접 관리, 기념사업만 재단이 수행"
노근리평화재단 "행정 재량권 남용, 행안부 유권해석 거쳐 대응할 것"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영동군과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노근리평화공원 운영 방식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이 공원은 한국전쟁 초기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쌍굴다리에서 학살된 피란민의 넋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사건 현장 인근에 조성됐다.
국비 191억원이 투입돼 13만2천240㎡의 넓은 터에 위령탑, 위패봉안관, 평화기념관, 교육관, 생태공원 등을 갖췄다.
개장 후 줄곧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위탁 운영했는데, 영동군이 최근 직영 카드를 꺼내 들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영동군은 올해 말로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이 공원 위탁운영자 재선정을 위해 최근 군의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직영'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군의회가 위탁에 따른 군비 부담 가중과 행정 위에 군림하는듯한 재단의 행태 등을 문제 삼아 관리 방식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재단 측이 시설관리보다 기념사업에 집중하면서 여러 가지 민원이 유발되고, 군비 지원 확대 요구가 지속되는 점 등이 문제가 됐다"며 "제주4·3평화기념관, 여수순천평화공원 등 비슷한 성격의 시설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관리하는 것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영동군은 2012년부터 5차례 수탁자 공개모집과 재계약 과정을 거치면서 14년간 재단 측에 공원 관리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신축 시설인 위패봉안관, 다목적창고, 합동묘역 등에 대한 관리 갈등이 생겼고, 재단 측이 직원 급여나 정년 기준 등을 임의대로 정해 위탁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 등도 제기됐다.
영동군은 올해 이 공원 관리를 위해 재단 측에 국비 등 9억9천800여만원을 지원했다.
이 중에는 4급(서기관) 공무원 대우를 받는 이사장 급여 8천686만원과 업무추진비(법인운영경비) 737만원 등이 포함됐다.
재단에는 현재 사무처장(5급 공무원 상당)을 비롯해 13명의 직원이 있는데, 지원금 중 상당액이 급여로 집행된다는 게 영동군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군청에서 공무원을 배치해 체계적으로 시설을 관리하는 대신 재단은 기념사업에만 집중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재단이 운영하는 트라우마 치유사업도 올해 말 위탁기간이 종료되면 공개모집을 통해 새로운 운영자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에 재단 측은 발끈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지방계약법 시행령과 영동군 조례 등을 볼 때 영동군이 일방적으로 재계약 규정을 바꾸는 건 재량권 남용이자 수탁자 권한에 대한 침해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규정상 공개모집 후 한 번은 재계약할 수 있는데, 영동군이 일방적으로 이를 무시하더니 직영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며 "시설운영과 기념사업이 분리되면 여러 가지 효율성 문제 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재단 측은 영동군의 방침에 반발해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동군 역시 분쟁에 대비해 법률자문 등을 받는 중이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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