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만에 찾은 뿌리…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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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 만에 찾은 뿌리…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았습니다"

연합뉴스 2025-11-12 14:26: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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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참가한 美 한인 입양인 함초롱 변호사

전쟁 고아 생모의 입양 선택…"더 나은 삶 주기 위한 결정에 감사"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함초롱 변호사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함초롱 변호사

(인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11일 인천 송도 쉐라톤호텔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함초롱 변호사는 "입양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5. 11. 11. phyeonsoo@yna.co.kr

(인천·파주=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서울에서 태어나 세계 곳곳을 누볐지만, 49년 만에 모국 땅을 밟았습니다. 드디어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태어난 곳을 기억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더 단단한 공동체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이 주최한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 참가차 모국을 처음 방문한 함초롱(미국명 캐리 로서·49) 변호사는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함 변호사는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7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아이오와주 북부 인구 3만 명 규모의 메이슨 시티에서 독일·네덜란드 혈통의 양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바이오제약 회사에서 준법 감시책임자이자 생명과학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만석 비행기에서 내리며 느낀 첫 모국 방문의 감정은 강렬했다고 전했다.

"고향은 태어난 곳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머무는 곳입니다. 아이오와는 여전히 제 고향이고, 이제 서울도 그 일부가 됐습니다."

참가자 대표 인사말 하는 함초롱 변호사 참가자 대표 인사말 하는 함초롱 변호사

(인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10일 인천 송도 쉐라톤호텔에서 열린 '2025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개막식에서 참가자 대표로 인사말을 하는 함초롱 변호사. 2025. 11. 10. phyeonsoo@yna.co.kr

서울 곳곳을 둘러본 그는 올리브영에서 딸들을 위한 화장품을 사고, 자신이 태어난 병원 터를 지나며 "운명 같은 순환과 귀환의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함 변호사가 자기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최근 들어 더욱 구체화했다. 전화로 친언니와의 감동적인 재회를 통해 가족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다.

"언니와 나눈 첫 대화는 상상 이상으로 강렬한 감정이었습니다. 언니는 당시 두 살에 불과했지만 입양된 후 힘든 삶을 살았을까 봐 걱정하며 저를 챙기지 못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어요. 좋은 부모님을 만나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전하며 안심시켰죠."

생모는 건강 문제로 직접 만남이 어렵지만, 언니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생모는 6·25전쟁 고아로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저를 입양 보낸 건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한 선택이었고, 그 결정에 더욱 깊은 이해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의 가족사는 특별했다. 양어머니 역시 입양인이었고, 오빠도 한국에서 온 입양인이다. 그는 "우연이 아닌 의미 있는 이어짐"이라고 말했다.

엄마품동산 '기억의 벽'에서 포즈 취한 함 변호사 엄마품동산 '기억의 벽'에서 포즈 취한 함 변호사

(파주=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11일 경기 파주 조리읍 소재 엄마품동산에 있는 '기억의 벽'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함초롱 변호사. 2025. 11. 11. phyeonsoo@yna.co.kr

"양부모님은 매우 개방적이었고, 가족은 어떤 방식으로든 형성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국제 입양은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그는 댄스, 소프트볼, 수영, 토론, 모의재판, 크로스컨트리 러닝 등 전형적인 미국 학생 활동에 참여했다. 특히 4학년부터 대학 1학년까지 클라리넷을 연주하며 뮤지션이 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 문화나 언어 없이 오롯이 미국인으로 자랐다.

"어린 시절에는 한국적 뿌리를 인식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중·고교 시절까지 한식은 물론 중국 음식점조차 없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나 대학에 다니며 한인으로서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법학대학원 재학 시 한국인 교수 지도로 비판적 인종 이론을 공부하며 정체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었다.

그의 양부모는 교육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부모 모두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그가 대학생과 변호사가 된 것을 큰 자부심으로 여겼다고 전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순간, 그리고 남편이 결혼 허락을 구했을 때 부모님은 가장 기뻐하셨어요. 저를 무조건 사랑하고 지지해 주셨죠."

엄마품동산 '평화 뮤지엄'에서 포즈 취한 함 변호사 엄마품동산 '평화 뮤지엄'에서 포즈 취한 함 변호사

(파주=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11일 경기 파주 조리읍 소재 엄마품동산에 있는 '평화 뮤지엄'에서 포즈를 취한 함초롱 변호사. 이곳에는 900명의 입양인 사진과 사연이 전시돼 있다. 2025. 11. 11. phyeonsoo@yna.co.kr

그는 변호사 초기 무상 이민 법률 지원을 통해 한 가족의 망명 신청을 도운 경험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무료 변호사로서 그 가족을 도울 수 있었던 건 큰 보람이었습니다. 도와줄 여건이 될 때 타인을 돕는 게 중요하다고 믿어요."

함 변호사는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개막식에서 입양인 대표로 인사말을 통해 "이번 대회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성장하자. 우리의 여정은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며 참석자들에게 교류와 성장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입양인들이 서로를 지지하며 정체성의 모자이크를 완성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입양인들의 정체성을 "서로 다른 경험이 모여 형성된 독특한 모자이크"로 표현했다. "우리는 서로의 조각으로 완성되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시작을 인정하지 않으면 완전해질 수 없습니다."

함 변호사는 재외동포청의 입양인 초청 행사를 높이 평가했다. "과거를 인정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다리를 놓는 일은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문화적 기회와 공공적 인정을 포함합니다. 특히, 김혜경 영부인의 영상 메시지는 우리가 한국의 일부라는 믿음을 보여줬습니다."

함초롱 변호사 가족 함초롱 변호사 가족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함 변호사 오빠 부부, 함변호사 부부, 양부모와 두 딸. [함초롱 변호사 제공]

그러나 최근 입양 서류 위조나 부적절한 입양 과정에 대한 뉴스는 입양인들에게 무거운 부담을 준다고 했다. "인간이나 정부는 모두 불완전합니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는 이들을 존중해야 해요. 윤리와 청렴으로 올바른 일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을 자주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입양인들과의 네트워크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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