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간 중국과 일본 간 설전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가 중국의 대만 공격 시 자국 자위대를 동원하여 대응할 수 있다고 시사한 데 있다.
이후 한 중국 외교관이 다카이치 총리를 참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놓는 등, 양국 외교부가 서로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이번 갈등은 대만의 주권에 대한 오랜 "전략적 모호성"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오랜 역사적 앙금과도 맞닿아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았다.
사건 전개 과정
현재의 긴장 사태는 지난 7일 일본 의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둘러싼 어떤 상황이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로 간주되는지 질문하며 촉발되었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전함이 동원되고 무력 사용이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든 존립 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존립 위기 사태'는 2015년 일본 안보법제 개정 시 도입된 법적 용어로, 동맹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일본의 존립을 위협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러한 경우 일본 자위대는 위협에 대응하고자 동원될 수 있다.
이러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중국 정부는 분노했고, 중국 외교부는 "극히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지난 8일 주오사카 중국총영사인 쉐젠은 X에 다카이치 총리의 의회에서의 해당 발언에 대한 기사를 공유했는데, 이때 "제멋대로 들이밀고 있는, 그 더러운 목을 한순간 주저함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자신의 의견을 추가했다.
쉐젠의 글이 논란이 되자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10일 기자들에게 쉐 영사의 발언 의도는 "불분명"할 수 있으나,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쉐 영사 발언에 대해 중국 측에 항의를 제기했으며, 중국 역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본에 항의를 제기했다.
쉐 영사의 해당 게시물은 이후 삭제되었으나, 날 선 말싸움의 여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이는 "(일본) 정부의 종래 견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한 경우에 대한 발언에는 신중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랜 앙금의 역사
두 나라는 1800년대 여러 차례의 무력 충돌 및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의 잔혹한 중국 침략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반목의 역사를 쌓았다.
이러한 역사적 앙금은 이후로도 양국 관계의 약점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다카이치 총리 내각이 들어서며 향후 긴장이 더 고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과의 결속 강화를 모색하며 자국 국방비 증액을 약속했는데, 이에 중국은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에 대한 강경한 발언으로 유명한 인물로, 오랫동안 대만을 지지해왔다.
과거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 봉쇄가 일본을 위협할 수 있으며, 중국의 침공을 막고자 일본은 자국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대만은 중국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으로, 중국은 자체적으로 정부가 있는 대만 섬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이를 장악하고자 무력 사용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어 대만과 역내 동맹국들은 긴장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달 초 한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대만 고위 관료와 만난 사진을 게시했는데, 이에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일본 총리의 이번 발언이 이토록 논란인 이유는?
일본 총리의 이번 발언은 대만의 지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전통적으로 취해온 모호한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이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대응 방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미국 정부의 오랜 "전략적 모호성"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수십 년 동안 이러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중국은 추측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일종의 억지력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경제 협력의 여지를 남겨왔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대만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는 것이며, 일본 관리들은 일반적으로 안보 관련 공개 석상에서 대만 언급 자체를 피해왔다.
이따금 언급할 때면 중국 측의 날카로운 비난이 잇따랐다.
일례로 2021년 당시 아소 다로 부총리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일본도 미국과 함께 대만을 방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자, 중국 측은 이를 비난하며 "실수를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번에도 중국 외교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중국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이라고 일갈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 중국 정부는 "그 어떠한 외세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정상은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에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나"면서 "일본이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하고 우리의 통일을 저지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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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임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대만이 중국의 공격에 대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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