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유무역 진자와 ‘전작권’ 시계… 연말 한국 경제 선택은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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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유무역 진자와 ‘전작권’ 시계… 연말 한국 경제 선택은 '균형'

뉴스로드 2025-11-12 14:00: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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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사들이 모여있는 여의도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금융투자사들이 모여있는 여의도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공급망의 숨이 거칠게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는 다시 한 번 ‘균형점’을 시험받고 있다. 자유무역이든 안보든, 시스템은 항상 과도한 낙관과 과잉 교정 사이를 진동한다. 19세기 증기선과 전신이 만든 초세계화가 보호주의로 꺾였듯, 지금 한국은 기술패권과 안보동맹의 진자 위에 서 있다.

19세기 자유주의 경제학자 리처드 코브든이 믿었던 “교역하는 국가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낙관은 현실의 정치에 번번이 패배했다. 같은 시기 독일의 보호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자유무역의 위선”을 경고했지만, 그 역시 제국주의로 귀결된 역사를 막지는 못했다. 자유무역의 이상과 경제민족주의의 현실은 항상 같은 각도로 서로를 되받는다.

오늘날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논쟁은 그 진자의 연장선 위에 있다. ‘주권 회복’과 ‘동맹 신뢰’라는 양극은 논리상 양립이 불가하지만, 실제 정책은 그 중간의 진폭 안에서만 작동한다. 정치가 이를 단순한 슬로건으로 소비할 때마다, 국가는 균형을 잃고 요동친다. ‘가야 할 길’과 ‘지금 갈 수 있는 길’은 다른 명제다.

정전협정과 한미상호방위조약, 1954년 합의의사록은 단순한 관성의 유산이 아니다. 이 구조는 전쟁 억제의 심리학이자, 의사결정의 물리학이다. 지휘·책임·억제의 세 축을 분리함으로써 위기의 순간 골든타임을 지켜왔다. 연합사령부의 일원 지휘와 UNC의 정전관리, 주한미군의 확장억제는 “누가 언제 결정을 내리는가”를 명확히 하기 위한 방정식이다. 이 수식이 흔들리면, 한쪽의 방어벽이 무너질 때까지 계산이 멈춘다.

전작권 논의는 단순한 군사 기술의 점검표가 아니다. 그것은 동맹 정치의 수학적 실험이다. 국군이 완전운용능력(FOC)을 달성하더라도, 거시적 지휘체계가 미군–국군–워싱턴을 순차 통과해야 하는 구조적 지연은 남는다. 억제의 핵심은 무기보다 ‘상대의 계산 시간을 줄이는 구조’다. 지휘가 복층화되면 오판의 여지는 커지고, 억제의 심리전은 느슨해진다.

경제는 이를 가장 냉정히 반영한다. 외국인 투자, 신용등급, 환율은 연합대비태세의 견고함을 하루 단위로 가격에 반영한다. 전작권 자체가 리스크가 아니라, 준비 없는 전환이 리스크다. 19세기 자유무역의 붕괴가 초연결의 역설에서 비롯됐듯, 오늘 한국의 경제 또한 안보 불확실성의 작은 진동에도 흔들릴 만큼 정밀한 시스템 위에 놓여 있다. ‘안보 프리미엄’은 한 번 무너지면 복원탄력성이 가장 낮다. 그것이 자본이 동맹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다.

전작권 환수는 결국 순서의 문제다. 주권의 완성은 동맹의 파괴가 아니라, 그 위에서 균형을 찾아야 완성된다. 리스트의 ‘유아산업 보호’는 지금 한국의 ‘유아체계(C4ISR·MD) 보호’로 바꿔 읽을 수 있다. 능력을 채우고, 그 다음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정책의 순서는 전략의 본질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의 실무 로드맵은 이렇게 읽혀야 한다. 첫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제도화다. 인원·교리·지휘통신을 실사하고, 평가–보완–재평가가 반복되는 투명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억제의 가시성을 강화하라. 확장억제의 T+시간 시나리오를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하고, 정치적 통제와 군사집행의 핸드셰이크 절차를 문서화 해야 한다.

셋째, 골든타임 테이블을 구축하라. 미 증원·전략자산 전개의 의사결정 단계를 한미 공동으로 서면화해 병목을 제거해야 한다. 넷째, 경제 트리거를 안보전략과 동기화하라. 신용평가, 외자유입, 환율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례화하고, 안보 이벤트별 거시 변수 임계값 관리가 필요하다. 다섯째, 커뮤니케이션의 프레임을 바꿔라. ‘주권/동맹’의 대립이 아니라 ‘조건/순서/시간’의 좌표로 국론을 정립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세계화의 퇴조와 기술패권의 경계 위에 서 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같은 실수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19세기 자유무역의 오만이 보호주의의 귀환을 불렀듯, 오늘의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승리의 선언이 아니라 준비의 언어다. 전작권 전환은 언젠가가 맞고, 지금인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조건과 순서를 다잡을 때, 비로소 동맹을 약화시키지 않고 강화하는 환수가 가능하다. 그것이 한국 경제가 요구하는 가장 실용적 결론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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