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시중에 풀린 돈이 한 달 새 30조 원 넘게 증가하며 유동성이 다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가계를 중심으로 자금이 늘어난 가운데,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단기 자금이 크게 늘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9월 광의통화(M2) 평균잔액은 4430조5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30조3000억 원(0.7%) 증가했다. 이는 8월(7조7000억 원 증가)보다 4배 가까이 확대된 수치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광의의 통화지표로, 실물경제 내 '시중 유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항목별로 보면, 요구불예금이 9조5000억 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6조8000억 원, 수익증권이 5조7000억 원 각각 증가했다. 이는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적 자금 이동과 투자대기성 자금의 유입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단기 자금 성격이 강한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예금이 늘어난 것은 기업의 자금 운용 여력 확대와 함께 주식·채권 등 투자시장 대기자금이 많아졌음을 시사한다. 한은은 "기업들이 분기 말 결산을 앞두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한편, 가계의 단기 예치성 자금이 증가하면서 예금 증가세가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경제 주체별로는 기업이 10조3000억 원 늘며 증가폭이 가장 컸고,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8조9000억 원, 기타 금융기관이 1조8000억 원, 기타 부문이 6조9000억 원 증가하는 등 전 부문에서 자금이 확대됐다.
협의통화(M1) 평균잔액은 1330조6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1.4% 증가했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예금으로, 단기 유동성을 반영한다. 이 지표가 늘었다는 것은 경제 전반의 '현금성 자금'이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금융기관유동성(Lf·평잔)은 6013조2000억 원(전월 대비 0.7% 증가), 광의유동성(L·말잔)은 7529조3000억 원(1.0% 증가)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업과 가계 모두 단기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대기성 자금이 늘면서 유동성의 질적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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