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직행'에 달러 쏠림…사상 최대 경상흑자에도 환율 하락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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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달러 유출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환율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이유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제수지 금융계정 내 주식(자산) 항목은 누적 718억422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421억9690만 달러보다 296억 달러 이상 많고, 기존 최대치였던 2021년(685억3220만 달러)도 이미 넘어섰다. 불과 9개월 만에 역대 최고치다.

이 같은 '해외 주식 직행' 흐름은 연기금 등 일반정부와 개인 투자자 등 모든 부문에서 공통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68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에는 연기금 중심의 매수세가 강했고,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도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해외 주식 투자 드라이브가 전반적으로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경상수지 흑자 효과가 사실상 상쇄되고 있다.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827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지만, 해외 투자 규모 역시 그에 맞먹는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 불균형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전날 열린 2026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관세 불확실성과 거주자 해외증권투자가 환율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올해 4월 이후 정체됐던 개인 해외투자가 9월 말부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원·달러 환율이 1460원 상단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줄지 않는 달러 수요로 인해 원화의 상대적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우리은행은 2026년 외환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자산 수익률이 높고, 달러 선호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환율 상단을 1460원, 하단을 1320원으로 제시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증시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낮고, 연기금 등 기관도 미국 주식의 수익률이 압도적이어서 해외 비중을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환율 흐름을 '상고하저(上高下低)'로 예상했다. 상반기에는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재개 등으로 하반기부터는 엔화 강세를 매개로 달러 가치가 일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로 나가는 자금이 너무 많아 1400원 초반 이하로 환율이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 비중이 글로벌 시장의 2%에 불과해 연기금이 국내 투자 비중을 크게 확대하기도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3원 내린 1461.0원에 개장해 장중 1459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