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최근 몇 년간 환경오염과 산업안전 사고가 잇따른 제련소에서 또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대형 금속 제련시설의 특성상 자칫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2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9일 오후 봉화군 석포면의 한 제련소 내 전기실에서 불이 나 고압(3천300V) 배전반 7기가 소손되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1층 82.5㎡가 그을렸다. 소방당국은 인력 47명과 장비 17대를 투입해 약 1시간40여분 만에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으며 재산 피해는 약 2천300만원,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당국은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로 추정하고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 중이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이보다 앞선 2023년 11월에도 용해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지붕 일부가 소실됐으며, 2022년 11월에는 주조공장 내 융융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해마다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안전 불감증’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제련소는 아연괴 등 비철금속을 생산하며 다량의 위험물과 유해화학물질을 저장·취급하고 있어, 소방·환경 당국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화재가 잇따른 안전사고와 더불어 최근 법원 판결로 다시 주목받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과 맞물려 제련소 운영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4일 영풍 전 대표이사와 전 제련소장에게 협력업체 근로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석포제련소에서는 2023년 12월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근로자 4명이 비소 중독으로 병원에 이송됐고, 이 중 1명이 숨졌다. 해당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업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은 첫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다.
잇단 사고 여파로 영풍은 이미 조업 중단 등 피해를 겪고 있다. 2019년 폐수 유출로 인한 행정처분으로 올해 2~4월 58일간 조업이 중단됐고, 상반기 평균 가동률은 34.9%로 전년 대비 23.5%포인트 급락했다. 이번 화재로 추가적인 생산 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화재와 오염 사고가 반복되는 시설을 더 이상 지역사회가 감당할 수 없다”며 제련소 이전이나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지속 가능한 안전 대책과 지역 환경 복구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영풍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소방서 추산 약 2천300만원의 재산피해만 발생했으며, 신속한 대응으로 인명피해 없이 단시간 내 진화됐다”며 “제련소장 직속의 안전보건경영팀을 중심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안전보건혁신위원회, 산업안전보건협의체 등을 운영하며 전사적인 안전보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생산 권역별 안전보건관리자를 배치해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안전관리팀을 안전기획팀과 예방안전팀으로 분리해 관리 수준을 강화했고 올해는 ISO 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새로 취득해 안전보건 경영체계를 고도화했다”며 “최근 타 제련소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산업 특성상 위험요인이 상존하지만, 당사는 예방 중심의 체계적 안전관리를 통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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