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2일 전격 구속됐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특검팀이 수사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조 전 원장 신병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다시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오는 13일 예정된 박 전 장관의 영장심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차례 영장이 기각됐으나 특검이 추가 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한 만큼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특검팀은 12일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해 조사실로 압송했다.
법원, '직무유기' 조태용 구속영장 발부…"증거 인멸 염려"
홍장원 '정치인 체포' 보고 받고도 무대응…거짓말쟁이로 몰아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1일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12일 오전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정치 관여 금지의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핵심 혐의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았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지체없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계엄 선포 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고도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
즉,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미리 알았음에도 국회에 즉시 보고해야 하는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 전 원장은 계엄 선포 전 계엄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CCTV에는 국무위원들이 포고령 등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받아 보고, 조 전 원장이 집무실을 나가면서 종이를 양복 주머니에 접어 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한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고,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명시된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국민의힘 측 의도를 알면서 CCTV를 제공하고, 본인 동선 CCTV를 제출하라는 민주당 요구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절한 것이 정치 관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을 하고,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등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도 영장에 기재됐다.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했다는 혐의(증거인멸)도 구속영장 혐의에 포함됐다.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 내역을 공개한 이후 조 전 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간 통화가 이뤄졌고, 이후 비화폰 기록이 삭제됐다.
최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 상실 우려가 나왔으나 특검이 조 전 원장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막바지 내란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박성재, 13일 두번째 구속 심사…특검 "의미 있는 자료 확보"
이제 특검의 시선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하게 됐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9일 증거인멸 등을 이유로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달 15일 '위법성 인식'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에 특검팀은 지난달 23일 박 전 장관을 추가 조사하고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수색 했다. 또 박 전 장관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소집한 법무부 실·국장 회의 참석자에 대한 소환 조사, 법무부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는 등 박 전 장관이 계엄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에 대한 보강 수사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박지영 특검보는 1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구속영장 기각 후 수집한 자료 중 상당수 의미 있는 내용이 있었다"며 "이를 기존 범죄사실에 추가했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소집한 국무회의에 참석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 간부회의를 소집해 합동수사본부(합수부)에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하고, 정치인 등 주요 체포 대상자들의 출국금지를 위해 출입국 업무 담당자들을 현장에 대기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한 교정 책임자인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에게 계엄 이후 정치인과 포고령 위반자 등을 체포해 수용할 목적으로 수용 여력을 점검하고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히 박 전 장관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문건에는 '다수당이 입법부 권한을 남용해 입법 독재를 일삼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계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텔레그램을 통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뒤 삭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 작성자는 검찰과 소속 검사로 알려졌다.
이 문건을 전달받은 박 전 장관은 '삼청동 안가회동'에 참석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범죄 사실에 이러한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의 영장심사는 오는 13일 열린다.
황교안 전 총리 체포…내란 선전·선동 혐의
특검팀은 12일 오전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27일과 31일 황 전 총리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황 전 총리가 문을 걸어 잠그고, 자택 주변에 지지자들이 모여 안전을 고려해 영장 집행은 이뤄지지 못했다.
특검은 황 전 총리가 강제 수사에 불응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황 전 총리는 특검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 불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황 전 총리는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며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고 적는 등 내란을 선전·선동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27일 한 시민단체가 경찰에 고발한 사건으로, 특검은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황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 가담한 것은 아니었는지, 게시물과 관련해 사전에 공모된 것이 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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