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일본 애니메이션, 한국 극장을 장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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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일본 애니메이션, 한국 극장을 장악하다

뉴스컬처 2025-11-12 10:49: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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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때 일본 애니메이션은 국내에서 소수 팬덤의 영역에 머물렀다. 극장 개봉은 제한적이었고, 상영관 역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마니아층을 넘어, 국내 극장가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그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8월 22일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만화 '귀멸의 칼날'을 원작으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지난해 2분기 방영된 '귀멸의 칼날: 합동강화훈련편'의 후속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넘어섰고, 10일 만에는 301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 2일 기준 558만 명을 넘어서며 국내 블록버스터와 나란히 경쟁하며 극장가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스틸컷. 사진=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CJ ENM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스틸컷. 사진=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CJ ENM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지닌 힘은 서사 구조의 복잡함에 있지 않다. 내부 전투와 희생, 가족을 지키려는 의지 등 극한의 감정을 현실로 옮긴 서사가 관객을 압도한다. 한국 관객에게 특히 울림을 준 이유는 일본 특유의 감정적 과잉과 한국적 정서가 맞물린 결과다.

반면 '체인소맨: 레제편'은 냉혹함과 폭발적 감정을 동시에 전면에 내세운다. 파괴와 사랑, 잔혹함과 희망이 뒤엉킨 서사는 젊은 세대 관객층의 정서와 직접적으로 공명한다. 레제와 덴지의 비극적 관계는 경쟁과 소진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 관객의 현실과 교차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체인소맨: 레제편'은 개봉 17일째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 11일 기준 300만 명을 기록했다. 개봉 49일이 지난 12일 현재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연속 주말 1위를 차지한 사례는 드물다. 팬덤뿐 아니라 일반 관객층까지 흡수하며 일본 애니의 대중화를 입증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감정의 강도다. 국내 관객은 점점 더 극단적 감정을 요구하고, 일본 애니는 이를 정직하게 충족시킨다. 실사 영화가 논리적 구조를 중시할 때, 일본 애니는 감정의 폭발을 무기로 삼는다. 그것은 시각적 쾌감이자 정서적 카타르시스다.

왜 하필 지금 일까. 일본 애니의 감정선은 한국 사회의 정서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비장함과 '체인소맨: 레제편'의 냉소적 낭만은 경쟁과 소진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열망을 정확히 포착한다. 일본 애니는 이 감정의 파동을 시각 언어로 재현한다.

결과적으로 일본 애니는 국내 관객의 감정을 공유하는 매체로 자리 잡았다. 극장에서 일본 애니를 관람하는 경험은 여가 활동을 넘어, 하나의 감정적 체험이 되었다. '외국 애니'라는 인식은 사라지고, '우리 세대의 감정을 보는 순간'이라는 자각이 등장했다.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 사진=소니 픽쳐스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 사진=소니 픽쳐스

관객들의 반응은 다층적이다. 극장 로비에서는 레제 장면을 패러디한 밈과 굿즈 인증 사진이 줄을 잇고, SNS에서는 팬들이 서로의 감정 반응을 공유하며 새로운 온라인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레제 얼굴이 너무 예쁘다"라는 댓글과 "덴지와 레제, 이건 내 인생 영화"라는 감상평이 공존하는 장면은 이전 한국 극장에서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일본 제작사들은 한국 시장을 전략적 핵심으로 보고 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한국어 자막 감정선을 세심하게 조정했고, '체인소맨: 레제편'은 SNS 밈과 해시태그 캠페인을 중심으로 현지 마케팅을 전개했다. 한국 팬덤은 적극적 공감자로 기능하며 흥행을 견인했다.

문화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일본 애니의 성공은 일본의 승리가 아니다. 한국 관객의 선택과 공감이 만든 공동의 사건이다. 한일 양국의 문화적 긴장 속에서도, 감정의 언어는 국경을 초월한다. 애니메이션이 그 매개가 되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불을 지폈고, '체인소맨: 레제편'이 그 불길을 감정의 언어로 번역했다. 일본 애니의 흥행은 더 이상 '타국의 성공 사례'가 아니라, 한국 대중문화의 감수성이 세계적 감정 스펙트럼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극장가는 이제 눈물과 웃음, 흥분과 밈이 뒤엉킨 감정의 전쟁터다.

일본 애니의 역습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의미는 달라졌다. 타자의 침투가 아니라, 감정의 공존이다. 아울러 한국은 감정의 공명을 중심으로 한 개방된 문화 생태계로 진화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과 '체인소맨: 레제편'은 그 변화를 증명하는 지표다. 일본 애니의 흥행은 한국 문화의 새로운 얼굴을 비추고 있으며, 그 얼굴에는 웃음과 눈물, 밈과 팬심, 굿즈와 커뮤니티가 공존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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