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효성중공업의 한 공사현장에서 중대한 안전수칙 위반 행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몇 차례의 행정처분과 시정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여전히 위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청의 관리 부실, 하청업체 태운건설의 불법 하도급과 안전규정 위반이 맞물리며 ‘안전 불감증’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추락 한 발 앞의 현장, “발판도 안전대도 없다”
성남 중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근로자가 3미터 높이 거푸집 상단에 발판 없이 올라선 채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작업자는 한 손으로 진동기 호스를 쥐고 버텨내며 균형을 잡는다. 관리감독자와 신호수가 바라보는 가운데 이뤄진 위험한 공정이었다.
영상에는 또 다른 장면도 있다. 굴착기가 브레이커와 집게를 이용해 철거작업을 진행하는 구역 위에서 한 근로자가 3미터 높이의 가설펜스 상단에 올라 작업을 이어간다. 펜스는 외벽용 수직 구조물로 미끄러짐과 붕괴 위험이 높다. 근로자는 한 손으로 수직대를 잡고 양발로 가로대와 조인트 클램프 돌출부를 짚은 채 불안정한 자세로 작업을 계속했다. 중심을 잃으면 굴착기 버킷 아래로 추락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규칙 제34조 “사업주는 근로자가 2미터 이상 높이에서 작업할 때 추락방지용 안전대 등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된 기본 안전수칙조차 무시한 채 이뤄진 행위다.
이 외에도 시스템 비계의 원형강관 수평재 위를 안전대와 발디딤대 없이 이동하는 근로자의 모습, 굴착기 버킷에 탑승해 이동하는 행위까지 포착됐다. 고용노동부의 엄중 지도가 내려진 지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벌어진 일이다. ▲‘안전대 미착용’, ▲‘상하 동시작업’, ▲‘추락 위험 구역 인력 투입’ 등은 모두 산업안전보건법상 명백한 중대 위반이다. 자칫 중대 산업재해로 직결될 수 있는 행위들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 효성중공업 “3년째 반복된 위험”… 하청업체 불법 구조 드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 현장은 지난 3년간 수천 건의 법령 위반으로 행정처분과 시정명령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성남주민연대 시민안전감시단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현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약 4000건, 고압가스·액화석유가스법 위반 약 500건에 달한다.
하도급 계약 미작성, 구두 도급, 재하도급 등 불법적 계약 관행도 여전하다. 현행법상 원청-1차 하도급까지만 허용되지만 태운건설은 2차 재하도급 등 편법 운영을 반복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현장의 안전관리 주체가 모호해졌고 각 단계의 책임 회피가 구조적으로 고착된 상태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한과 과태료 처분 전력이 있음에도 여전히 자격 미비 근로자가 투입되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안전교육 미이행, 부실한 점검 체계, 미숙한 작업자 투입 등 안전 리스크는 곳곳에 상존하고 있다.
◆ “이대로라면 중대재해는 시간문제”… 당국의 실효성 있는 제재 필요
영상 속 근로자들은 맨손과 맨몸으로 철 구조물 위를 오가고 있다. 무심한 한순간이 사고로 이어질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러나 문제는 효성중공업은 이를 방관하거나 하청 비호에 나선다는 점이다.
노조 관계자는 “원청에 안전대책 강화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규정을 모두 지키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발판도 없이 3미터 높이에서 작업하다 추락하면 그대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관리감독이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증언이다.
한편 이 같은 상습적 위반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인 관리 부실의 결과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치명적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공정에서 안전대 미착용은 명백한 중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높이 2미터 이상에서 안전장비 미착용은 중대재해처벌법상 핵심 위반 사항”이라며 “효성중공업의 안전관리체계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성남시민안전단체들은 “효성중공업 성남 현장은 최소 세 차례 이상 동일 유형의 위험행위가 반복돼 왔다”며 “고용노동부가 형식적인 점검이 아닌 현장 단속과 행정처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효성중공업 현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장비 없이 철 구조물 위를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침묵하는 원청. 무너진 현장의 중심을 다시 세워야 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더 이상 불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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