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협회의 강제 가입과 과도한 지방회 입회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가 부여한 단일 자격임에도 변호사는 개업지를 옮길 때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지방회 입회비를 다시 납부해야 하는 ‘지역 장벽’에 부딪힌다. 이처럼 변호사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낡은 족쇄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전관 경력에 따라 등록료를 차등 부과하는 안까지 추진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변협은 지난 6월 임시총회를 열고 변호사 등록료를 최대 3,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게 규칙을 개정했다. 소위 '전관' 경력에 따라 등록료를 차등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에는 경력 없는 신입 변호사의 등록료를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올리는 내용도 담겼다.
변호사 등록료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 수년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앞서 지난 2017년 변협은 전관, 신입 여부에 관계없이 변호사 등록료를 100만 원으로 일괄 책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청년 변호사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이를 둘러싼 헌법소원까지 제기됐다. 결국 이듬해 관련 규정이 다시 개정돼 판·검사와 장기 군법무관 출신은 150만 원, 그 외 신입변호사 등은 등록료가 50만 원으로 재조정되며 논란은 잦아들었다.
변협은 등록료 ‘차등 부과’를 두고, 전관들의 연이은 개업을 조금이나마 억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듯 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수천 만원에 이르는 등록료는 지나치게 과도하며, 금액 인상에 대한 명확한 근거 또한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변협은 현재 전관 규제라는 목적 아래, 신입 변호사들의 등록료까지 두 배로 올리려 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와 과잉 공급의 이중고를 겪는 신입 변호사들의 경제적 부담을 더 가중시키려는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질문하고 싶다. 등록료가 최소 두배 이상 오를 수 있는 사안임에도,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앞서 지난 2017년 ‘등록료 100만 원 통일’ 관련 논란이 일었을 때도, 이러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한국법조인협회는 대한변협의 변호사 등록비 기습 인상과 관련해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한법협은 “개정안에 대한 공고, 공청회는 물론 변호사회의 충분한 논의과정도 생략된 채 기성 법조인들끼리 모여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런 한법협의 임원 출신이 중심이 된 변협에서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이나 명확한 근거를 갖추지 못한 결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아직 확정된게 아니라는 변협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가슴 아픈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협은 공법상 단체로서의 책무를 다시 되새겨야 한다. 단일 자격제도임에도 지역마다 고액의 입회비를 요구하는 현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신입 변호사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제도, 그리고 변호사들의 의무와 직결되는 사항을 사전 의견 수렴 없이 결정하는 방식은 모두 변협이 지향해야 할 공공성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온갖 족쇄가 채워진 작금의 법조계 현실은 변협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나 다름없다. 스스로 만든 족쇄를 풀지 못한다면, 변협은 결국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잃게 될 것이다.
한 매체에 게재된 조우리 변호사님의 마지막 글을 인용하며 변협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나는 변호사들이 하나의 협회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가입이 불가피하다면, 단 하나의 협회가 아닌 각자의 신념과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협회가 존재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각 협회는 변호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더 합리적이고 공정한 정책을 제시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 이같은 선택의 자유야말로 협회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변호사들간의 진정한 단결을 이끌며, 나아가 변호사 전체의 권익과 품격을 높이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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