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인공지능(AI) 기업과 플랫폼 대기업이 잇따라 헬스케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픈AI,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빅테크들이 AI와 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는 가운데 의료·보건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최근 오픈AI는 개인 건강 비서와 의료 데이터 집계 등 소비자용 건강 도구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0일(현지 시각) “오픈AI가 의료 서비스 진출을 본격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GPT-5 발표 당시 “AI가 개인 건강 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오픈AI는 이미 관련 인재 영입에 나섰다. 6월에는 의료 플랫폼 ‘독시미티’ 공동창업자 네이트 그로스를, 8월에는 인스타그램 부사장이던 애슐리 알렉산더를 영입했다. 그로스는 최근 “챗GPT 주간 이용자 8억명 중 상당수가 의료 관련 질문을 한다”며 “AI의 의료 정보 접근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오픈AI의 의료 진출이 의료 데이터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다만 미국 내에서는 개인정보·의료기기 관련 규제 장벽이 여전히 높아,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선행 빅테크들이 겪은 한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오픈AI가 규제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기존 헬스케어 기업과 협업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잇따라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기업 모두 광고·콘텐츠 중심의 기존 플랫폼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AI·데이터 기반의 고부가 서비스로 체질 전환을 꾀하고 있다.
네이버는 체성분 분석기 제조사 인바디의 지분 8.5%(약 325억원)를 인수하고 전략적 협약(MOU)을 체결했다. 인바디의 생체 데이터와 네이버의 AI·클라우드 역량을 결합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가 최근 선보인 ‘네이버 헬스케어’는 걸음 수, 질환 정보, 진료 예약, 병원 일정 관리 등을 통합한 개인 건강 플랫폼으로 이용자 맞춤형 건강 데이터를 한눈에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투자 행보도 공격적이다. 네이버는 사내 벤처투자 조직 D2SF를 통해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 중이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18%가 헬스케어 분야로, 최근 3년간 25개 기업에 투자했다. 유전체 기반 헬스케어 ‘프리딕티브’, AI 음향 분석 ‘사운더블헬스’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헬스케어를 중심으로 AI 건강관리 플랫폼 ‘파스타(Pasta)’를 고도화하고 있다. 초기 혈당관리 앱으로 출발한 파스타는 현재 식습관·정신건강·비만주사 관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헬스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올해 5월엔 개인 성향 분석 기반 ‘피노어트’ 기능을, 12월엔 스카이랩스와 협력한 혈압 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병원 등 B2B 영역으로도 확장 중이다. ‘케어챗’을 통해 진료 예약과 보험 청구를 카카오톡 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고,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헤이콘’을 운영해 제약사·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의 데이터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빅테크의 헬스케어 진출이 단순 서비스 다각화가 아닌, 데이터 주도권 경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9년 137조원에서 연평균 29.5%씩 성장해 2026년 82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등 규제 장벽이 여전한 만큼 빅테크의 본격적인 시장 안착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의료 데이터의 민감성, 알고리즘 투명성, 데이터 활용 동의 체계 등은 향후 시장 진입 속도를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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