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정부가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세제 개편을 확정하자, 시장의 시선은 즉각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로 향했다. 세제 완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고배당을 유지해 온 기업의 정체성과 세제 완화라는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연말 특유의 비용 부담과 정책 환경 변화가 겹친 4분기 실적이 배당정책의 실제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된다.
◇세제 완화, 배당 매력 급상승…정책 모멘텀, ‘4대 금융’에 집중
정부·여당은 고배당 기업의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기존 35%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을 확정했다. 국내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기업 저평가 문제 해소를 위한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정책 발표 직후 시장은 대표적 배당주로 꼽히는 4대 금융지주에 강한 모멘텀을 부여했다. 이들 지주는 이미 분기배당 도입,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등을 통해 주주환원 의지를 명확히 해온 데다, 올해 3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하며 ‘꾸준한 배당’이라는 신뢰도를 강화해 왔다.
나민욱 DB증권 연구원은 “은행업권의 주주환원 속도는 과거와 비교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며 “특히 KB금융의 경우 2027년 목표치였던 주주환원율 50%를 올해 조기 달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실적·자본여력 ‘두 축’, 배당 체력은 분명하다
KB금융(+16.6%)를 비롯해 신한금융(+10.3%), 하나금융(+6.5%), 우리금융(+5.1%) 등 3분기까지의 실적은 배당 확대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다.
은행 수익성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부문이 견조한 흐름을 보였고, 비이자이익 확대가 전체 이익 규모를 끌어올렸다.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자본완충력 역시 안정적이다.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9~13.8%로 금융당국 권고치(12%)를 모두 상회한다. 손실흡수 능력뿐 아니라 연속적인 배당 유지가 가능한 자본력도 확보한 셈이다.
◇문제는 4분기, 비용 집중·정책 부담 겹친 ‘실적 방어’가 관건
4분기는 구조적으로 비용이 집중되는 구간이다. 금융지주들은 매년 연말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고, 성과급·복리후생비 등 인건비가 대규모 반영된다. 이로 인해 분기 순이익이 감소하는 ‘계절적 둔화’가 반복된다.
올해는 정책 변수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한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 기조는 부동산 관련 대출의 위험가중치 상향 등 자본규제 재편을 포함하고 있다.
그 결과 금융지주들은 배당을 확대하기보다 자본 효율성 관리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규제가 강화되는 국면에서는 배당정책이 보수적으로 돌아설 여지가 커진다.
◇확장 vs 유지…세제 완화의 호재와 실적 리스크 충돌
시장에서는 세제 완화에 따른 배당 매력 증대가 분명한 호재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4분기 실적 부담이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불편한 진실’을 조심스럽게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4대 금융은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꾸준히 주주환원을 강화해왔고 약속한 정책을 비교적 충실하게 이행해왔다”며 “정책 기조가 급변하지 않는 한 배당 축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4분기는 세제 완화의 긍정적 흐름과 실적 둔화·규제 부담이라는 구조적 압박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변곡점이다. 4대 금융이 ‘배당 확대’라는 흐름을 유지할지, 실적 방어와 자본규제를 고려해 보수적 스탠스를 취할지가 시장의 최종 판단을 가를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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