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현지화 전략으로 4년 새 매출 40%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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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와 음악을 넘어 패션, 뷰티,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문화는 이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이러한 흐름은 차별화된 경쟁력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K-브랜드의 주요 해외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성장 배경과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달콤한 초코와 부드러운 마시멜로에 스며든 ‘정(情)’.
1974년 첫선을 보인 오리온 초코파이는 단순한 과자를 넘어 세대와 문화를 잇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의 감성을 담은 ‘정(情)’은 브랜드 정체성이 되었고, 이는 K-브랜드 세계화의 모범 사례로 이어졌다.
국내 제과 산업의 아이콘으로 출발한 초코파이는 1990년대 이후 국경을 넘어섰다. 중국, 베트남,러시아 등으로 진출한 오리온의 전략은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니었다. 각국의 문화와 정서를 읽어내고, 그 속에서 ‘정(情)’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감성이 전략이 된 셈이다.
◇ 감성이 전략으로 ‘정(情)’의 세계화
초코파이는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따뜻한 나눔’의 상징이었다. 학교 소풍과 명절 선물, 군 PX에서까지 사랑받으며 세대를 잇는 감정의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오리온은 이 정서를 세계에서도 통하게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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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수출이 아닌, 현지 문화와 정서를 읽고 ‘정’을 재해석하는 전략이 핵심이었다. 중국에서는 토마토·허니버터 맛 ‘오!감자’를, 베트남에서는 쌀과자 ‘안(An)’과 양산빵 ‘쎄봉’을, 러시아에는 차 문화에 맞춘 잼 초코파이를 선보였다. 인도에는 채식주의자를 고려한 식물성 젤라틴 제품을 출시해 현지 특수 수요를 반영했다.
브랜딩도 문화에 맞춰 현지화했다. 중국에서는 붉은색 포장과 공자의 ‘인(仁)’ 개념을 결합해 ‘정(情)’의 이미지를 시각화했고, 베트남에서는 ‘Tinh(띤)’이라는 현지어로 감성적 공감을 끌어냈다. 러시아에서는 아이스하키·축구 등 국민 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좋은 친구’를 뜻하는 브랜드명 하오리요우(好麗友)가 소비자 언어로 자리 잡으며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베트남에서는 초코파이가 시장 점유율 60%를 넘어 명절 뗏(Tet)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초코파이는 더 이상 단순한 수출 상품이 아니라, 각국 일상에서 작동하는 ‘문화 언어’가 된 것이다.
◇ 생산·인력·유통 등 모두 현지 중심으로 운영
오리온의 글로벌 확장은 단순 판매를 넘어 산업 모델로 발전했다. 각국 법인은 현지 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며, 기술교육과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중국 6개 공장 중 4곳의 공장장, 베트남 주요 관리자가 모두 현지 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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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망과 품질 관리도 현지화 전략과 결합했다. 중국에서는 1700여 개 경소상과 협력해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베트남은 편의점, 소형 점포 중심으로 확장했다. 고온다습한 지역에서는 냉장 트럭과 ‘쿨박스 캠페인’을 운영해 품질을 유지했다. 러시아와 베트남 공장은 증설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였고, 인도에는 증가하는 수요에 맞춘 신규 생산 라인이 가동됐다.
사회공헌 활동도 ‘정(情)’의 연장선이다. 중국에서는 대지진 구호, 코로나19 방역 지원, 아동 교육 개선을, 베트남에서는 농가 협력, 학교 위생 개선, 의료진 지원 등으로 현지 사회와 상생했다. 단순 기부를 넘어 현지 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 실적·투자·신시장 개척으로 세계 무대 확대
‘정(情)’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브랜딩과 현지화 전략이 오리온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020년 2조2298억원에서 2024년 3조1043억원으로 약 40%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조5789억원이다. 특히 해외 시장 확대가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현재 오리온은 약 60여 개국에 초코파이를 판매하며, 북미·중동·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과 새로운 라인업으로 글로벌 사업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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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낵 본고장인 미국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내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꼬북칩 인기가 높아지자 창고형 할인매장과 파이브 빌로우, 미니소 등 저가형 소매 채널로 판매처를 확대하며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오리온은 제품 개발과 시장 확대, 원가 절감 등 경영혁신을 통해 글로벌 식품기업 수준의 이익률을 달성했다. 2017년 15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해 5436억 원으로 사상 처음 5000억원을 돌파했다.
탄탄한 영업이익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국내외 생산기지에 끊임없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해외법인으로부터 들여온 약 6400억 원의 배당금을 활용해 충북 진천 공장 구축 등 국내 식품사업 확장과 주주환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바이오기업 리가켐 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인수했으며,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7억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성공적인 투자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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