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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포스코, 철강그룹에서 복합소재·인프라 그룹으로
제2회 철강은 여전히 강한가, 쇠퇴하는가
제3회 포스코퓨처엠(이차전지·소재)의 도전
제4회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 연결고리
제5회 포스코이앤씨(인프라·건설) 의 재발견
제6회 역대 회장의 경영학
제7회 장인화 회장의 리더십(1)
제8회 장인화 회장의 리더십(2)
제9회 포스코, 철강 이후를 설계하다
제10회 고 박태준 창업자 오늘에 주는 메시지
포스코는 한국 산업화의 상징이다. 포항제철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회사는 “국가가 만든 기업”이었다.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포스코는 단순한 철강회사가 아니라 ‘나라가 다시 일어난 이유’로 기억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람들은 다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어디에 있는가. 수소경제, 2차전지, 에너지 전환, AI 제조혁신, 국가 경제전략이 말해질 때 포스코는 왜 목소리를 내지 않는가.
이 질문의 출발점에는 한 사람, 장인화 회장이 있다. 그의 이름은 철강 현장과 포항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산업계 전반에서 그의 존재감은 눈에 띄게 희미하다. 최근 포스코이앤씨의 연이은 안전사고, 대통령의 직접 언급,그리고 국제무대에서 보인 낮은 발언력은 회사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촉발했다. 장인화 회장은 정직하고 성실한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문제다. 보이지 않는 리더십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국가전략기업의 리더에게 지금 요구되는 것은 숫자를 잘 맞추는 CEO가 아니라 비전을 발신하는 사회적 리더다.
본사 이전 이후 드러난 ‘정체성의 혼란’
포스코는 2023년, 본사를 포항으로 옮겼다. “지역과 함께 가겠다”는 결단이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나타났다. 수도권의 정책 중심부에서 멀어지며 포스코는 ‘국가적 기업’에서 ‘지역 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대기업의 전략은 보이지 않고, 지역의 기반시설이나 지역 현안 뉴스에서 이름이 더 많이 언급됐다. 본사 이전 이후 포스코 내부에서도 “포스코는 국가기업인가, 포항 기업인가?”라는 질문이 반복됐다. 조용한 거인이라는 별명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기업”으로 바뀌었다.
안전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포스코의 존재감과 신뢰의 문제다.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중대재해·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그 사건은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었다.
기업의 윤리, 경영 철학, 사회적 책임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무너뜨렸다.
사람이 다쳤다는 사실보다 더 큰 충격은 포스코가 그동안 내세웠던 ESG와 안전경영의 선언이 공허하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의 안전사고를 직접 언급했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사고를 지목하는 것은 흔치 않다.
그 사건은 산업문제가 아니라 국정 아젠다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경고였다.
“포스코, 이제는 더 이상 조용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의 철강관세
그때 포스코 회장은 무엇을 했는가? 2025년, 미국 트럼프 정부는 한국산 철강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했다. 세계 철강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일본 신일본제철과 아르셀로미탈은 회장이 직접 미 상무부와 의회를 돌며 로비를 했다. 노골적이지만 ‘철강 외교(Steel Diplomacy)’였다. 그러나 포스코는 그 과정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장인화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는지, 어떤 메시지를 미국 정부에 전달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결과적으로 포스코는 관세 면제를 얻지 못하고 미국측 요구를 수용해야 했다. 한국 철강 대표기업이 국가 전략교섭에서 발언권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국 산업외교의 약점으로 남았다. 그리고 산업계에서는 이런 의문이 제기됐다. “포스코 회장은 어디에 있었는가.”
APEC에서도 이름이 없었다
올해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산업 대전환의 방향을 보여줄 기회였다. 삼성, 현대차, SK는 글로벌 CEO가 전면에 섰다. 그들과 함께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거대 기업 CEO들이었다. 포스코 회장은 주변에 머물렀다. 수소경제, 2차전지, 에너지, AI, 공급망…. 포스코는 국가 전략의 중심에 있는 회사다. 그런데도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포스코는 후순위였다.
존재감을 잃은 순간, 리더십이 질문받는다.
장인화 회장은 ‘조직 안정화’라는 과제를 수행했다. 본사 이전의 혼란을 수습했고, 2차전지 소재 투자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그러나 경영은 안정되었지만 존재감은 사라졌다. 포스코가 조용한 거인으로 남아 있는 동안, 세상은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국가전략기업의 리더십은 보고서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언과 행동으로 존재해야 한다.
포스코가 다시 살아야 하는 이유
포스코는 단순한 기업이 아니다. 수출·GDP·신성장 산업·에너지·지역·외교가 연결되는 대한민국 산업국가의 중추다. 포스코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포스코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문제다. 포스코가 발언하면 산업이 움직이고, 포스코가 조용하면 국가 전략도 조용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시 존재감을 회복할 것인가.
포스코가 다시 ‘조용한 거인’에서 ‘발언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면 세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리더십의 재정의다. 포스코 회장은 기술과 재무의 CEO가 아니라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사회적 CEO가 되어야 한다. 기후, 에너지, 지역균형, AI, 공급망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 둘째, 공론장의 복귀다. ‘포스코 미래경제포럼’을 잘 운영하여 산업계·정부·학계·지역이 상시로 정책을 논의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포스코는 단순한 제조기업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싱크탱크형 기업이 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성과 글로벌성의 결합이다. 포항을 단순한 본사가 아니라 ‘AI 철강 + 그린수소 + 해양에너지’의 실험도시로 만들고 지속가능한 산업국가의 축소판을 보여주어야 한다. 광양은 탈탄소·순환경제·에너지 효율화의 ‘글로벌 디카본 허브’ 로 포지셔닝해야 한다.즉, 포항은 미래 신산업 클러스터, 광양은 디지털+친환경 제철의 세계 표준으로 키우느 것이다.
포스코가 잊고 있던 문장
포스코는 국가가 만든 기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를 다시 설계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기업의 존재감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에서 나온다. 발언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미래가 없다. “포스코는 국가가 만든 기업이지만, 이제는 국가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기업이다.” 이 문장은 포스코가 잊고 있던 자부심이며, 앞으로 포스코가 가져야 할 사명이다.
“포스코가 다시 살아야 한다. 그것은 한 기업의 부활이 아니라 한국 산업 리더십의 복권이다.”
<표1>장인화 리더십과 국가전략형 리더십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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