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 컬럼] 오늘 피터 드러커 20주기, 그가 살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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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 컬럼] 오늘 피터 드러커 20주기, 그가 살아 있다면...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1-11 20:49: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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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오늘(1111)은 피터 드러커가 세상을 떠난 지 20주기가 되는 날이다. 같은 시기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슘페터의 혁신이론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연구에 돌아갔다. 첫 번째 경영학자 드러커와 혁신경제학자 슘페터가 다시 소환되고 있다. 역사는 때때로 우연을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건네는데, 올해는 그 우연이 유난히 선명하다. 인간의 사고와 경영철학을 이끌었던 두 거인의 사상 위에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얹고 있기 때문이다.

 슘페터는 한 세기 전 이미 혁신은 경제성장의 핵심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창조적 파괴라는 말로 혁신의 본질을 설명했다. 새로운 기술과 기업이 탄생하면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고, 그 과정에서 경제는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 간다는 것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이 이론이 실제 데이터로도 입증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자들은 기업 활동과 생산성 데이터를 장기간 추적해 혁신의 발생과 경제적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혁신은 우연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구조적 동력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드러커는 이렇게 반박했을 것이다. 혁신이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이미 분명하다. 문제는 혁신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이다. 그는 경영의 목적은 하나라고 했다. 고객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 수단이 혁신이고 기업가정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은 혁신의 재료일 수 있지만 혁신 그 자체가 될 수는 없다. 혁신은 태도이며 관찰이며 질문이고 무엇보다 행동이다.

슘페터의 혁신이론이 경제성장의 ''를 설명했다면 드러커의 경영학은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가르쳤다. 그리고 오늘, 인공지능은 혁신을 구현하는 새로운 실행 엔진이 되고 있다. 슘페터가 바탕을 깔았고 드러커가 길을 닦았으며 AI가 그 길 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기업의 전략과 경영의 작동방식, 국가의 성장모델까지 바꾸고 있는 거대한 메커니즘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시장을 변화시키고, 시장의 변화가 조직을 변화시켰다. 오늘은 반대다. 먼저 조직이 변하고, 그 변화를 통해 고객이 새롭게 정의되며, 고객의 변화가 다시 시장과 산업을 바꾼다. AI는 이 변화를 실시간으로 이끌어간다.

드러커는 미래는 지금 우리가 하는 선택에 의해 창조된다고 말했다. AI는 그 선택의 속도를 극단적으로 높인다. 예전에는 한 번의 전략 결정이 수년 동안 조직을 지배했다면, 오늘의 전략은 매주 재검토되고 매일 조정된다. 전략은 고정된 문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질문이 되었다.

슘페터 시대의 혁신이 새로운 기술의 출현을 의미했다면, 드러커 시대의 혁신은 새로운 고객의 창출을 의미했다. AI 시대의 혁신은 인간의 상상과 머신의 계산이 결합해 새로운 시장의 정의와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이 시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질문이 시장을 바꾸고, 데이터가 이를 증명하며, AI가 실행하는 구조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혁신은 더 이상 연구실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혁신은 질문의 현장에서 만들어진다.

 “고객은 지금 무엇을 불편해하는가.”

 “무엇이 제거되면 가치가 발생하는가.”

 “데이터는 어떤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드러커가 평생 강조했던 질문들은 AI 시대에 들어서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 AI가 답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의 수준이다. 혁신은 질문의 수준에 비례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슘페터로 돌아오게 된다.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설명하면서 혁신을 기술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으로 보았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과정에서 경제는 불균형을 경험하지만, 결국 새로운 균형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이 그랬고, 인터넷이 그랬으며, 지금 AI가 그러하다.

AI는 기존의 비효율을 파괴한다. AI는 조직이 쌓아온 암묵지를 데이터로 전환하고, 사람이 하던 판단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한다. 경영의 근본 틀이 다시 짜이고 있다. AI와 데이터는 기업의 능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존재 방식을 바꾸고 있다. 구성원이 AI를 다루는 방식은 곧 그 조직의 경쟁력이 된다. 이제 경쟁은 기업과 기업의 경쟁이 아니라, 알고리즘과 알고리즘의 경쟁이 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지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문제다. AI를 생산하는 국가와 AI를 활용하는 국가가 나뉘고 있다. GPU를 확보하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데이터를 모으는 국가와 데이터를 외부에 의존하는 국가. AI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구조다. AI가 경제의 투입요소이자 생산수단이며 산업정책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슘페터와 드러커가 오늘 살아있다면, 그들은 같은 말을 할 것이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경영의 문제다.”

“AI는 혁신이 아니라 전략의 문제다.”

어떤 정부는 GPU를 확보하는 데 집착한다. 하지만 그것은 배를 사고 항구를 짓는 것과 같을 뿐이다. 항구가 항구다워지려면 배가 드나들고 물류가 흐르고 교역이 일어나야 한다. GPU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그 위에서 무엇을 창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 AI 혁신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이고, 고객의 문제이며,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다. 혁신은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가 만드는 것이다.

드러커는 전략은 계획이 아니라 실행의 결과라고 했다. AI는 이 실행의 시간과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만든다. 오늘날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빠르게 실험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증하고, 실패에서 배우며, 다시 시도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학습하는 속도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변화가 있다. AI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도구라는 점이다. 드러커가 말한 지식근로자의 생산성이 AI에 의해 상상도 할 수 없던 수준으로 끌어올려지고 있다. 창의성의 본질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연결이며, 연결은 정보를 통해 이뤄진다. AI는 이 연결을 순식간에 만들어 준다.

이 모든 변화 속에서 CEO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CEO는 더 이상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과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며, 조직 속도를 설계하는 사람이고, 실행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다. AICEO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CEO가 만들어야 할 새로운 전략 그 자체다. AI를 단지 IT부서의 프로젝트로 취급하는 기업은 결국 뒤처질 수밖에 없다. AI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운영체제다.

국가의 정책도 같은 관점이 필요하다. 인재를 양성하고 데이터를 개방하며 규제를 줄이고 실험을 허용하는 정책이 곧 경제정책이다. AI 생태계는 정부가 돈을 투입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실험할 수 있어야 생태계가 형성된다. 경제성장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며,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정부가 가장 유능한 정부다.

이제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 슘페터는 혁신이 성장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드러커는 혁신이 기업의 일상적 과제라고 말했다. AI는 혁신을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에너지로 만들고 있다. 과거의 혁신이 우연히 발견된 아이디어였다면, AI 시대의 혁신은 시스템으로 구현되는 혁신이다. 혁신은 영감이 아니라 프로세스이고, 창의성은 번뜩임이 아니라 데이터다.

오늘 드러커 20주기를 맞아 이렇게 쓰고 싶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미래를 실행하는 것이다.

슘페터가 길을 열었고, 드러커가 방향을 제시했으며, AI는 실행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슘페터 vs 드러커 vs AI 시대 경영의 차이

오늘 우리는 세 가지 질문을 새롭게 받아야 한다.

첫째 AI는 우리 회사의 일을 자동화하는가, 아니면 비즈니스를 재창조하는가

둘째 AI는 국가의 기술인가, 아니면 국가성장의 시스템인가.

 그리고 마지막 질문. AI는 우리에게 답을 제공하는가, 아니면 더 나은 질문을 하도록 이끄는가. 미래는 질문하는 자의 것이며, 실행하는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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