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감사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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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감사의 계절

경기일보 2025-11-11 19:13: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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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옮겨 가는 자리는 성스러운 섭리의 원력을 느낀다. 푸른 잎의 엽록소가 노랗게 익는 것은 실로 자연계의 현상을 초월한 신의 숭고한 계시 같다. 가을은 한 해를 맺는 수수밭의 수수처럼 고개 숙여 감사의 기도를 올려야 할 계절이다. 비바람 천둥소리에 자라고 익은 곡식이야말로 축제의 칠면조처럼 감사를 쌓은 낱알이 되리라. 뒤뜰 손바닥 정원에 올해도 무르익은 단풍이 우수수 잎 비를 내린다. 수강생들과 만추의 가을빛을 맞으며 단풍잎을 그렸다. 올해도 무사한 추수(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to와 from을 정했다. 누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정할까. 조용히 돌아본다. 아무래도 나의 N에게 올해의 가을을 가득 담아 드리고 싶다. 내게 준 모든 영혼의 격려를 잊을 수 없다. 늘 밀린 이자처럼 쌓인 고마움은 대체할 표현마저 말라 버렸다. 손주 봤다고 연일 밥값을 대신하는 멋진 수강생 K의 즐거움처럼 새 생명을 얻는다는 건 기쁜 일이다. 며느리가 두 번의 실패 끝에 아들을 가졌다는 기별을 받았다. 그간 숨죽여 온 기도가 잘 보존되기를 바란다. 쉬워도 좋지만, 어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낸 인고의 가치가 은혜로우리라. 힘들어 보이는 며느리의 얼굴이 맑고 밝기를 기도한다. 문득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어려움 속에 핀 꽃이 향기 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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