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데 이어, 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촉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민간업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유착해 특혜를 받은 것은 물론, 공공에 돌아가야 할 이익을 사유화한 것으로 알려진 대규모 비리 의혹 사건을 말한다.
대장동 일당으로 불렸던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 민간업자들이 금품 제공과 로비 등으로 성남시와 유착해 사업시행자로 내정되고, 공공에 돌아가야 할 이익(약 1조 원 중 4000억 원 이상)을 민간에 배분한 혐의를 받았다.
검사들 강력 반발
앞서 지난달 31일 대장동 사건의 1심 선고에서는 일부 무죄가 선고됐다. 추징액은 7800억 원 요구 중 473억 원으로 줄었다.
특히 구형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는 점 등에서 검찰도 항소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항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로,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할 수 있다.
형사 사건은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시한은 지난 7일까지였다.
하지만 시한 내 지휘부의 항소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은 끝내 항소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1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다.
이에 일선 검사장과 지청장들은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지난 10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이 게시됐다.
검사장들은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했다.
특히 검사장들은 입장문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되짚어 양측의 엇갈리는 입장을 대비시켜 지적했다.
검사장들은 또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행의 추가 설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내고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프로스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 항소할 이유가 없다"며 '성공한 재판'이라 주장했다.
이 대통령 재판에 어떤 영향?
대장동 사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두 가지다.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에서 배임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에게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수사팀은 항소심에서 구체적인 배임 액수를 재입증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을 다시 주장할 방침이었지만, 지휘부의 항소 포기로 민간업자들을 가중 처벌할 길은 없어졌다.
결국 이 대통령도 재판이 재개되더라도 최대 형량이 무기징역에서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낮아지게 된 셈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항소심에서 다툴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항소심 재판 중 배임죄 폐지가 결정되면 면소 판결을 받거나 검찰에서 공소를 취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거세지는 여야 공방
이 때문에 야당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정권이 관여했다"며 '대통령 탄핵'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는 이 사건의 배후에 이 대통령이 있다는 국민적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꿔 놓았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의원 역시 11일 "이 대통령의 지시 없이는 이 모든 일이 벌어질 수 없다"면서 "이번 항소 포기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자들은 8000억 원 가까운 비리 수익금을 지킨 대장동 일당, 그리고 '성남시 수뇌부' '대장동 설계자'인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관련 규탄대회를 열고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 비리 범죄가 일부 무죄가 선고됐는데도 항소를 포기했다"며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도 말한 것처럼 국정조사를 하고, 특검도 하자"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집단 일각의 반발을 "친윤(윤석열)계 정치검찰의 항명"이라고 했다.
특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정당' 공세를 퍼부으며 외압 의혹을 일축했다.
민주당은 또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 자체를 조작으로 규정하며 정치 검찰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와 상설특검, 청문회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역시 내란의 뿌리는, 국민의힘의 본진은 친윤 정치검찰"이라며 "뿌리이자 본진인 (검찰의) 항명 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국민의힘은 마치 파블로프의 개를 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를 지시한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11일 연차를 내고 사의 표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노 대행의 '사퇴'가 쏟아지는 상황이어서, 노 대행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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