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중단됐던 수색과 구조 작업이 조만간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사고 현장에서는 구조 작업의 장애물이 됐던 4호기와 6호기 보일러 타워 발파가 11일 정오쯤 모두 마무리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5호기 안에 매몰된 근로자 4명에 대한 수색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발파는 예고된 시간인 낮 12시에 울산 남구 매암동 울산화력발전소 내 보일러 타워 구역에서 진행됐다. '쾅' 하는 폭음과 함께 높이 63m, 가로 25m, 세로 15.5m 크기의 4호기와 6호기 타워가 거의 동시에 바다와 반대 방향으로 무너졌다. 그 순간 발생한 충격파는 300m 떨어진 곳까지 전해졌고, 하늘로 치솟은 분진과 함께 인근 지역에서는 땅이 흔들리는 진동도 느껴졌다.
발파가 끝난 뒤에는 약 6분 만에 사이렌이 울렸다. 현장에 모인 안전요원들은 떨어진 잔해와 파편에서 2차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지 꼼꼼히 확인하며, 외부인 출입을 막았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과 구조본부는 "발파 이후 남은 분진을 제거하고, 구조물의 안전이 확보되는 대로 2~3시간 이내에 5호기 수색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고 당시 5호기에는 모두 4명의 근로자가 있었는데, 이 중 2명은 이미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나머지 2명은 아직 실종 상태다. 구조본부는 열화상 카메라와 드론 등 장비를 동원해 접근이 어려운 구역의 잔해 속에서 신호를 찾고 있다.
이번 발파는 추가 붕괴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였다. 사고 이후 구조대는 인근 4호기와 6호기 타워가 불안정하게 기울어진 탓에 현장 진입을 막아뒀다. 이후 정밀 구조해체팀과 산업안전 전문가들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통제된 발파만이 안전하게 구조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발파는 인명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보니 2단계로 나눠 진행했고, 외곽 400m 반경 내에 안전지대를 두어 일반인 출입을 철저히 막았다"며 "현재까지 추가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 조사는 국토안전관리원과 경찰이 함께 진행 중이다. 당국은 사고 당시 5호기 보일러 타워 상층부에서 해체 작업이 이뤄지는 중에 철골 구조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붕괴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구조물 노후로 인한 무게 계산의 미흡, 작업 동선 관리 부실, 안전 점검 절차 미이행 등 여러 요인이 겹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울산화력 사고의 원인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전국 대형 플랜트와 발전소 해체 현장에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민관 합동 점검단을 꾸려 전국 50곳이 넘는 주요 산업 시설의 구조 안전 진단에 이번 주 안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아침부터 구조대원, 경찰, 산업안전공단 관계자 등 300여 명이 투입됐다. 유가족들은 발전소 외곽에 마련된 임시 대기소에서 구조 상황만 바라보며 애태우고 있다. 한 유가족은 "이제라도 수색을 다시 시작한다니 다행이지만, 너무 늦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말고 가족을 꼭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지역 사회도 큰 충격에 빠졌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울산시는 지역 내 오래된 산업시설을 모두 점검하기로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발전설비뿐 아니라 해체·정비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안전 관리 체계를 세우겠다"며 "피해를 본 가족들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붕괴 사고로 발전소 내부 일부 배관과 부속 설비도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전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완전히 복구하는 데는 여러 달이 걸릴 전망이다.
발파 후 구조물의 안전이 확인되면, 구조본부는 중장비를 투입해 잔해물을 치우는 동시에 수색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 안전을 위해 야간에는 수색을 중단하고, 낮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법령을 손질해 대형 플랜트 해체 현장에 '고위험 작업 승인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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