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 단속으로 구금됐다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미국 ABC 보도에 따르면 당시 구금된 약 200명은 미국 이민당국을 상대로 한 소송을 위해 소송 대리인단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근로자들은 구금 당시 권리 고지 미흡과 과도한 물리력, 수감 과정과 수감 이후에도 인종 차별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ABC방송에서 근로자 김 모 씨는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와 인권 침해가 있었다"며 "체포 전후 권리를 고지 받지 못했고, 지금도 왜 우리가 체포돼 일주일간 구금됐는지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도, 설명도 없이 7일간 감금됐고 이후에도 사과는 없었다. 우리가 잘못이 없었다는 사실이 인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ICE는 지난 9월 4일(현지시각) 이민법 위반 혐의로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한 500여 명의 근로자를 체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단기 비즈니스(B-1) 또는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해 장비 설치 및 교육 임무를 수행하던 엔지니어들이었지만 미국 측은 이를 '불법 근로'로 간주해 근무시간 중 불시에 헬기, 탱크 등을 동원해 강제 연행했다.
사건 이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금됐던 노동자들은 한여름 더위에 손발이 묶인 채 대기해야 했고 버스를 타고 어디로 이동하는지 모른 채 옮겨져 열악한 시설에 수감돼 공포에 떨었다.
이들은 구금 시설에서 한 방에 60~80명 단위로 수용됐으며 저온·악취·침구 곰팡이 등 열악한 환경을 겪었다. 일부 경비원은 북한 지도자를 거론하거나 눈을 찢는 제스처로 한국인을 조롱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김 모 씨는 "곰팡이 핀 매트리스와 악취 나는 물, 사생활이 없는 화장실 속에서 며칠을 보냈다. 구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기한 구금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공황 상태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집단 소송 제기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만일 원고인 한국 구금자들이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ICE 단속 절차의 위법성 판단과 구금·처우 기준 개선 등 정책적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백악관 아비게일 잭슨 대변인은 ABC에 보낸 입장문에서 "모든 외국인 근로자는 합법적 노동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면서도, 연방 이민법을 철저히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금사태 이후 "韓기업 최소 6곳, 대미 투자 철회·보류"
워싱턴포스트(WP)의 지난 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 이후 다수의 한국 기업이 계획했던 미국 투자 프로젝트를 철회하거나 보류했다. WP는 미국 주재 컨설턴트와 변호사 등 복수의 업계 관계자를 이 같이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한국 기업 중 최소 2개 사가 미국 내 계획했던 투자 프로젝트를 철회했고, 최소 4개 사가 일시 중단했던 대미 투자의 보류 기간을 연장했다. 다만 컨설턴트와 변호사들은 고객과의 사업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대미 투자를 철회하거나 보류한 해당 기업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상공회의소 산하 미국-한국 경제 협의회 회장을 지낸 태미 오버비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한 한국 기업이 미국 내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었으나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우려해 결국 한국에서 공장을 확장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전했다.
덴버 소재 법률회사 '홀랜드 앤드 하트'의 크리스 토머스 이민 변호사 역시 "한국의 한 대형 IT 기업이 이번 사건 이후 미국 진출 계획을 접고 한국이나 인도에서 입지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이번 사건으로 조지아 공장 개장을 최소 2~3개월 연기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일시적으로 모든 미국 출장과 현장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ABC에 보낸 입장문에서 "공장은 2026년 상반기에 완공 예정이며 모든 법과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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