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에 네번째 ‘흰색’ 신호 도입하면 교통 정체 94% 줄일 수 있다?

기존 삼색 신호등에 ‘흰색’을 추가하면 자율주행차의 교차로 주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연구진은 “이젠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신호등에 ‘네 번째 색상, 흰색’을 추가하자”라고 제안했다.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흰색 신호등’을 추가함으로써 자율주행차가 교차로의 흐름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자율주행차가 교통 통제자 역할을 수행하고, 일반 운전자는 흰색 신호가 켜졌을 때 앞차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운전하게 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런 방식이 교통 지연을 최대 94%까지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교통신호는 지난 100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세로형이든 가로형이든, 빨간불은 정지, 노란불은 주의, 초록불은 출발이라는 기본 원칙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전미전기전자공학회(IEEE)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이 공존하는 미래 도로 환경을 상정했다. 새로운 ‘흰색 단계(white phase)’는 교차로에 일정 비율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존재할 때만 활성화된다.

이 시스템에서는 연결형 자율주행차(Connected Autonomous Vehicles, CAV)가 이동형 교통신호제어기 역할을 수행한다. 충분한 수의 자율주행차가 교차로에 모이면 신호등에 흰색 불이 들어오며, 이는 일반 운전자에게 “앞의 차량을 따라가라”라는 의미가 된다.

CAV는 실시간 데이터와 차량 간 통신(V2V)을 통해 정체 구간과 차량 흐름을 분석하고, 전체 교통을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흐름을 조정한다.

연구진은 이를 ‘분산형 협력 전략(distributed coordination strategy)’이라고 명명했다. 쉽게 말해, 교통 시스템이 하나의 ‘군집 지능(hive mind)’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각 자율주행차가 서로 협의해 최적의 속도, 경로, 타이밍을 결정하고, 충돌이나 불필요한 정차를 방지한다. 반대로 자율주행차 비율이 낮은 경우에는 기존의 빨간불·노란불·초록불 신호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알리 하지바바이(Ali Hajbabaie) 교수는 “우리가 제안하는 이 ‘화이트 단계’는 자율주행차의 컴퓨팅 파워를 활용한 교차로 운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빨간색 불은 여전히 정지를 의미하고, 초록은 출발을 의미한다. 그러나 흰색은 인간 운전자에게 앞차의 움직임을 따라가라는 새로운 지시를 제공한다”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방식은 교통신호 지연을 3.2%에서 최대 94%까지 감소시킬 수 있으며, 전체 시스템 효율은 최대 98.9%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일한 시간 동안 훨씬 많은 차량이 교차로를 통과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실제 도로에서 곧바로 시행되기는 어렵다. 완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아직 멀었을 뿐만 아니라, 도로 인프라도 이에 맞춰 구축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현재 교통 인프라의 약 75% 이상이 업그레이드 또는 교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자율주행차가 일상화된 미래의 교통 체계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는 예측 모델이다. 언젠가 흰색 신호가 들어올 때, 운전자는 단순히 앞의 차량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교차로를 더 빠르고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