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등하굣길 안전대책 발표…서장이 직접 지휘
어린이 유인범죄 법정형 강화…CCTV 분석·포렌식 등 과학수사 강화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오진송 기자 = 정부가 어린이 약취·유인 범죄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112신고는 '최우선 신고'로 분류해 경찰이 신속히 출동하고, 중요 사건은 경찰서장이 직접 지휘한다.
위급상황에서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호신용 경보기 등 안전용품을 17개 시도에 배포하고 체험형 교육을 실시한다.
정부는 11일 행정안전부, 경찰청,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4개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이같은 내용의 '어린이 등하굣길 안전확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8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약취·유인 미수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정부는 약취·유인 범죄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처벌이 가볍고 고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 사회적 인식 부족, 통학로 안전 사각지대·돌봄 공백 등을 지적했다.
어린이 유인 행위를 단순한 장난이나 호의로 여기는 경우 고의 입증이 쉽지 않고, 추행 목적이 없는 범죄나 미수범에 대해서는 처벌도 비교적 가볍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별 폐쇄회로(CC)TV 설치 편차가 크고, 맞벌이 가정 증가 등으로 보호자 없이 귀가하는 어린이가 늘면서 범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아동 관련 범죄 신고는 '코드1' 이상으로 접수하고, 최인접 지역경찰·형사·기동순찰대가 동시 출동하는 등 총력 대응할 방침이다. 사건이 코드1 이상으로 접수되면 임의 현장 종결할 수 없고 중요 사건은 경찰서장 주재의 합동 심의위원회를 거쳐 종결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에 의한 약취·유인 사건에는 구속영장을 적극 신청하고, CCTV 영상 분석과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수사를 통해 고의성을 철저히 입증할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혐의도 함께 적용할 방침이다.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로 규정돼 있어 죄질에 비해 법정형이 낮다는 비판에 따라 정부는 양형기준 강화 등 입법 논의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정형을 '3년 이상의 유기징역', '1년 이상 15년 이하'로 강화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범죄자의 성명, 나이, 거주지, 사진 등 공개도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어린이 대상 약취·유인 범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역할극 중심의 체험형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또 간편한 조작으로 120㏈(데시벨) 경고음을 울리는 호신용 경보기 3천500대 등 안전 물품을 새마을금고, 유한킴벌리 등 10여 개 민간기업과 협업해 전국 지자체에 배포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련 예산을 확보해 어린이들에게 호신용품을 추가 제공할 계획이다.
경찰, 지방정부, 교육청 등이 협업해 통학로 범죄 취약 요소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를 확대 적용한다.
아동안전지킴이를 늘리고 배움터지킴이, 학교 보안관 등 보호 인력을 활용해 학교 내·외 민관 협력 순찰도 강화한다.
저학년 중심으로 운영 중인 학생 등하교 알림서비스, 아이들의 안심귀가를 돕는 워킹스쿨버스를 모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폭넓게 운영할 예정이다.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은 2023년 257건, 2024년 233건, 2025년 10월 기준 251건으로 최근 3년간 총 741건 발생했다. 741건 중 53%(394건)는 검찰에 송치됐고, 이중 13%(51건)는 구속됐다.
사건은 주로 하교 시간인 오후 3∼6시, 노상이나 학교에서 발생했다.
피해자는 7∼12세 50%, 6세 이하 25∼28% 수준으로 저연령 아동이 주를 이뤘다.
피의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모르는 사람' 50%, 부모 등 가족 30%, 온라인에서 만난 사이 5%, 이웃 2% 등이다.
범행 동기는 이혼소송·양육권 분쟁 28%, 호의 표시·호기심·장난 21% , 즉석만남·성적 만족 9% 등으로 파악됐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어린이 약취·유인 범죄에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든든한 등하굣길을 만드는 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cha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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