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국내 주요 패션 기업들이 외형 확장보다 ‘본업 강화’로 방향을 틀고 있다.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한때 공격적으로 확장했던 신규 사업을 정리하고 패션·뷰티 등 주력 영역에 다시 집중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당장의 매출보다 안정적 수익 기반을 다지는 중장기 전략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해 3분기 매출 3104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지만 글로벌 투자 확대와 패션 부문 부진으로 영업손실을 냈다. 한섬은 3분기 매출 3096억원,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 59% 감소했다. 코오롱 FnC는 2분기 매출 2964억원, 영업이익 7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2%, 53.4% 줄었다. 고물가와 내수 침체, 이상 기온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며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다.
이에 기업들은 확장보다는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진해 온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기보다 브랜드 가치, 효율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외연 확장보다는 기존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패션기업들이 늘고있는 상황”이라며 “비용 구조 효율화, 브랜드 집중을 높이는게 주효하게 작용하는 모습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조직 개편과 리더십 변화도 잇따르고 있다. 코오롱FnC는 지난 8월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달 말 김민태 코오롱ENP 경영지원본부장 부사장(CFO)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지난 9월 패션·뷰티 업계 전문가인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을 대표이사로 발탁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경영진 교체를 통한 체질 개선과 전략 재정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인사 교체뿐만 아니라 조직 효율화와 사업 구조 재편을 함께 추진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내년 1월 1일부로 라이프스타일사업 자주 부문을 계열사인 신세계까사로 양도하고 핵심 사업인 코스메틱과 패션에 역량을 집중한다.
코스메틱 부문은 연작·비디비치 등 성장성이 검증된 브랜드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유통망과 현지 맞춤형 상품 개발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패션 부문은 자사 브랜드 리빌딩과 유망 K패션 브랜드 발굴과 선제적 투자를 통해 K패션 브랜드를 육성하며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코오롱FnC는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를 앞세워 앞세워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으며,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중국 현지에서 인기를 얻으며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캠핑용품 브랜드 ‘헬리녹스’의 의류 사업권을 확보해 국내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섬은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해 프랑스 시장 공략에 나서며 유럽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양극화가 심화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전략적 변화로 보고 있다. 사업 확장을 지나 ‘본업 회귀’에 나서며 수익 구조를 재정비하고, 브랜드 중심의 내실 경영을 통해 생존력과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영역을 넓히기보다는 잘하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브랜드 정체성을 다지고 글로벌 진출이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