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최근 몇 년간 유료방송업계가 힘들어지면서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SK브로드밴드, LG헬로비전, KT스카이라이프 3사 등이 어려워진 재정 상황에 따라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고 있어서다. LG헬로비전은 비용 감축 차원에서 현재 서울 마포구 상암 사옥을 다음 달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역시 위원장 공백이 길어지며 유료방송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만 50세 이상 또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명예퇴직금으로 최대 5억원을 지급하고, 자녀 학자금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지원한다. LG헬로비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LG헬로비전은 지난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신청자에 한해 퇴사 처리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들보다 먼저 지난해 12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한 바 있다.
희망퇴직 뿐 만 아니라 회사 분할도 이뤄지고 있다. KT ENA는 지난달 31일 회사 분할을 결정했다. 분할 대상은 중국 드라마를 방영하는 ‘채널칭’, 여행 전문 채널 ‘오앤티’, 건강 전문 채널 ‘헬스미디TV’ 등 3개다. KT ENA는 3개 채널 분할 후 ‘채널칭(가칭)’이라는 신설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이번 분할은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분할 후에도 두 회사 모두 비상장법인으로 운영되며 KT ENA 분할 후 분할신설법인 지분을 전량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NA 분할 작업은 KT 내부의 채널 편성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할·매각 절차가 채널 구성 전략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신규 채널 선정 일정이 연기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시장 독식, 유튜브 등으로 시청자 이탈, 광고 수익 감소 등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급격히 줄어든 것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방송사업 전체 매출은 18조8042억원으로 전년보다 0.9% 줄었다. 2년째 감소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전체 방송사업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6.7% 감소한 2조1999억원이다. IPTV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9% 줄어든 1조616억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76.5% 감소한 148억원이다.
유료 방송 진흥을 새롭게 맡게 된 방미통위마저 위원장이 계속 공석이라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규제 개선, 산업 진흥 등 정책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련 정책이 지난 1일 신설된 방미통위로 이관되면서 현재 답보 상태에 빠졌다.
유료방송 시장 규제 개선, 산업 진흥 등이 방미통위의 핵심 의결 사항이기 때문에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사무처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료방송 산업 위기 대응과 정책 정상화를 위해 방미통위 상임위원들의 구성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소비자들에게 구독형 콘텐츠로 자리잡아가면서, 코드 커팅 등 유료방송 가입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이런 흐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과감한 유료방송 규제 혁신과 산업 진흥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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