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드라마는 빌런 맛집이다. 섬뜩하게 매혹적인 〈친애하는 X〉의 김유정, 분노 게이지를 폭발시키는 〈조각도시〉의 도경수, 1인 2역으로 ‘두 배로 빡치게 만드는’ 〈당신이 죽였다〉의 장승조까지. 여러 빛깔의 악인들 퍼레이드다.
〈친애하는 X〉 소름돋는 김유정
김유정이 정성껏 말아주는 소름은, 바로 이런 맛이다. 티빙 시리즈 〈친애하는 X〉는 웹툰 원작을 뚫고 나온 듯한 ‘백아진’ 캐릭터를 찰떡같이 구현해낸 김유정의 지분이 상당하다. 조곤조곤 악담을 퍼붓고, 잘근잘근 상대를 무너뜨리는 치밀함, 하지만 가면으로 악랄한 본성과 본심을 숨기는 모습을 전지적 시점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는 시종 섬뜩하고 경악하게 된다. 올해 나온 다양한 피카레스크 장르물의 정점을 찍는 듯한 〈친애하는 X〉는 김유정을 위한 작품, 백아진은 김유정을 위한 캐릭터로 느껴진다. 김영대, 김도훈을 비롯해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린 김지훈, 황인엽, 홍종현, 정우, 김남희 등의 활약도 기대 포인트다. 총 12부작으로 매주 목요일 티빙에서 공개된다.
〈조각도시〉 반전의 빌런캐! 도경수
몹시 순하게 생긴 인상의 도경수가, 전혀 그렇지 못한 캐릭터로 변신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를 통해서다. 4회까지 공개된 현재, 배달 기사로서 성실하게 살아가던 태중(지창욱)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는 과정과, 그것을 설계한 요한(도경수)의 모습이 교차돼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데뷔 이래 첫 악역 캐릭터를 소화한 도경수의 연기는 각종 클립으로 제작돼 SNS를 활보하고 있다. 당초 도경수를 캐스팅한 박신우 감독은 요한을 두고 “맑은 눈,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진 순수 악 같은 캐릭터”라고 소개했는데, 화면을 보면 그 말이 절로 이해된다. 총 12부작으로 매주 수요일 공개.
〈당신이 죽였다〉 1인 2빌런, 장승조
그야말로 장승조의 재발견이 아닐 수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두 친구 은수(전소니)와 희수(이유미)가 서로를 구원하는 연대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조력자로 파격적인 단발머리로 등장한 ‘진소백’ 캐릭터로 분한 이무생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 과정에서 장승조는 희수를 무참히 구타하는 빌런 남편 ‘노진표’로 시작해, 진강상회 직원 ‘장강’까지 1인 2역으로 확장하며 악랄한 면모를 가차 없이 분출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장승조의 얼굴만 봐도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시청 옵션’이 부여될 지경이다. 장승조가 열고 장승조가 닫은, 빌런 차력쇼. 지난 11월 7일 8부 전편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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