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 올해 3분기 누적 글로벌 선박 신조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난 가운데 내년에도 이러한 발주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조선사들이 약 3년 치의 남은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2026년 수주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조선사의 운영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신조선가 하락이 지속되고 발주량이 부족한 상황이 수년간 이어질 경우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11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5년 3분기 동향 및 2026년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은 3264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46.9% 감소했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을 제외한 모든 선종의 발주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3분기까지 전 세계 조선소에 신조 발주된 컨테이너선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1538만CGT로 집계됐다. 이같은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전체 신조선 발주량의 47.1%를 차지한다.
글로벌 주요 정기 선사들을 중심으로 지난 4년간 집중적으로 발주된 1만2000~1만7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량은 올해 67.6% 감소했다. 반면 그동안 신규 투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6000TEU급 이하의 중·소형선의 발주량은 선형별로 121~248% 급증해 전체 컨테이너선 발주량 증가를 견인했다.
수익성 증가로 지난해 많은 신규 투자에 나섰던 탱커(원유·석유화학제품운반선) 선주들은 올해 석유 수요 부진의 불안감 등으로 다시 보수적 투자 기조로 전환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69.4% 감소한 445만CGT를 발주하는데 그쳤다. 탱커 선종은 전체 선박 발주량의 13.3%를 차지했고 전년 동기 점유율 23.7% 대비 비중이 크게 축소됐다.
지난해까지 7년간의 호황을 누렸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올해 신조 발주는 선복 과잉의 영향으로 운임과 용선료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73.4% 줄어든 194만CGT에 머물렀다. 전체 신조 발주선에서 LNG 운반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지난해 3분기 누계 점유율 11.8%보다 대폭 축소됐다.
이 밖에도 벌크선도 해운 시황 부진으로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70.9% 감소한 350만CGT가 발주되는데 그쳤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역시 올해 들어 신조선 발주 붐이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3분기까지 75.1% 감소한 77만CGT의 발주량을 기록했다.
이러한 신조선 발주 부진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경기 둔화와 교역 위축이 발생한 가운데 2021년 이후 발주된 선박의 인도까지 겹쳐 발생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 수주량도 3분기 누적 734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대중국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컨테이너선 수주가 늘어나면서 감소 폭 확대를 일정 부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컨테이너선 수주량은 378만CGT로 226% 증가했다. 반면 LNG 운반선 수주는 147만CGT로 63.6% 감소했다. 탱커는 14.8% 감소한 178만CGT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국내 조선업은 3년 치 내외의 일감이 남아있어 비교적 여유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점차 수주잔량이 감소하는 점은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수주선가를 하락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어 다각도의 수주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려할 만한 점은 내년에도 신조선 발주 감소세가 전망된다는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무역 분쟁이 해운 시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고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조치 연기 결정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IMO는 미국의 강한 압박 속에 글로벌 탄소 배출 가격 책정 시스템을 포함한 해운 온실가스 감축 규제 조치 채택을 1년 연기했다.
이에 따라 규제 대응에 시간을 벌게 된 선주사들은 노후선 교체를 서두르기보다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신조선 발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관측했다.
2025년 글로벌 연간 신조선 발주량은 전년 대비 45.9% 감소한 4100만CGT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에도 신조선 발주량 감소 현상은 계속돼 2026년에는 올해보다 14.6% 줄어든 3500만CGT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국내 조선소의 올해 수주량은 연간 건조량으로 예상되는 1200만CGT에 못 미치는 950만CGT(전년 대비 12.5% 감소) 내외의 다소 부진한 실적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며 내년 수주량 전망치도 올해보다 5.3% 감소한 900만CGT에 그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보고서의 저자인 수은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내년 수주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국내 조선사의 운영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신조선가 하락이 계속되고 신조 발주량이 부족한 상황이 수년간 지속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 연구원은 “IMO 조치 연기와 관련해 향후 2~3년간 신조선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며 "조선사는 일시적인 일감 감소에 대비해 인력과 설비 운영에 대한 비상계획 수립 등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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