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를 결정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공판팀 실무진들은 항소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정무적’ 판단을 통해 항소 제기를 ‘제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선 검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판단은 법적 실익에 근거합니다. 검찰 수뇌부는 1심에서 피고인들에게 이미 중형이 선고된 점을 들어 “항소해도 얻을 이득이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이 이미 나왔고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은 못 준다”(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 원칙)라는 법리적 제약도 검토된 듯합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그건 형량의 문제일 뿐 공공개발 수익 환수나 배임 구조 해석 등은 항소로 다퉈야 할 쟁점이었다”고 지적합니다. 즉 ‘법적 실익이 없다’는 논거는 검찰의 ‘법 기준’으로 볼 때 주장할 여지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할 정도의 중대사유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검찰 내부의 공판팀이 항소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며 마감 직전까지 접수장을 들고 기다렸지만 수뇌부가 이를 막았고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법적 이익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줍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한 대형 사건에서 담당 검사가 항소를 포기한 건 거의 전례가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대장동 사건은 범죄수익 수천억 원대, 배임액 수천억 원대인 대형 부패 사건으로 분류되는데 이런 규모의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하지 않는 결정을 내린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번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검사장과 지청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내는 등 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검란’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결국 이번 결정은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니라 ‘정치적 파장 관리’라는 검찰 수뇌부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선택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계산의 핵심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안정적으로 정리해주자’는 암묵적 공감대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뇌부가 알아서 총대를 메고 그렇게 무모한 일을 했을 리가 없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나 더 윗선의 ‘오더’나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재판에서 연루자들이 1심에서 대거 중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는 것 자체가 이번 사태가 심각한 권력형 사건임을 말해줍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검찰이 왜 정치적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담하게’ 또는 ‘어쩔 수 없이’ 항소를 포기했느냐는 것입니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안정 운영에 대한 검찰의 ‘원려’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검찰 고위직을 지낸 법조계의 한 인사는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항소 포기 직후 ‘용산(대통령실)과 법무부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했다’는 말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법적 고려뿐 아니라 정무적 판단도 했던 것이다.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헌법의 현직 대통령 형사사건 불소추특권을 준용해 그들만의 방식인 기소 독점주의로 대통령에게 ‘불소추’ 특권을 준 것이다. 사실 검찰은 이재명 대통령 재임 내내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 정무적 판단을 일일이 하는 것도 엄청난 부담이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 수사를 계속하고 재판을 하더라도 정치적 논란이 끊임없이 일 수밖에 없는 골치 아픈 사안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며 그 파장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검찰이 ‘기소를 안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있어도 용산이나 법무부의 의중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항소 포기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결국 검찰은 이번 항소 포기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은 물론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재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검찰의 항소 포기 사태 후유증을 임기 내내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안정적 국정운영에 심대한 방해 요소가 됩니다. 현재 검찰의 항소 포기를 ‘직접’ 주도한 곳이 어디인지는 확인되지는 않지만 이 대통령은 임기 동안 그 의혹에 중심에 항상 서 있게 됩니다.
이런 정치적 부담을 각오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항소 포기를 주도했다면 향후 또 어떤 정치적 파장이 도미노처럼 발생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검사 기득권’의 반격과 저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항소 포기 사태로 검찰 개혁 전선이 흐려지는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히려 주의 깊게 봐야 할 지점은,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기득권 세력들이 이번 사태를 ‘정치적 방패’로 악용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진보진영에서는 “그동안 검찰은 김건희 주가조작 불기소, 내란혐의자 윤석열 석방에 대한 항소 포기 등의 사태가 있을 때는 왜 지금처럼 검사장들이나 지청장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와 같은 검찰 기득권의 ‘선택적 정의’는 ‘검란’의 본질을 흐리는 또 다른 원인입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살아있는 권력의 특권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검찰 개혁을 추진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한 ‘검란’이 촉발되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누가 봐도 경도된 ‘정치 행위’라는 것입니다.
검찰은 외부의 강제 개혁을 피해 가기 위해 ‘이재명 보호 논란’을 정치적으로 증폭시키며 스스로를 ‘정권으로부터 탄압받는 정의로운 집단’으로 포장하려고 합니다. 권력에 의해 검사의 기소권이 침해됐다는 프레임이 확산하면 검찰 개혁 프레임도 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수를 더 강한 수로 덮는 검찰 특유의 수사 기법이 이번 항소 포기 사태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검찰이 그렇게 정의감이 강한 조직이었다면 스스로 객관성과 독립성을 유지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권력에는 ‘항명’을, 그렇지 않고 고분고분한 권력에는 ‘외면’이라는 선택적 정의감을 드러낸다면 이 또한 반드시 짚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이번 항소 포기 사태는 검찰 개혁과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서로 맞서는 듯하지만 본질적으로 두 이슈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검찰 개혁이 성공해야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도 정치적 악용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항소 포기 논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오래 남을 정치적 상처가 될 것입니다.“검찰을 제압하려 했다”는 역풍이든, “검찰이 대통령에게 굴복했다”는 냉소든 둘 다 정권의 신뢰에 치명적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 개혁이 성공한다면 사법리스크는 제도 속으로 흡수되겠지만 실패할 경우 ‘검찰의 복수’는 계속될 것입니다.
결국 이 사태의 최종 평가는 이 대통령의 ‘업적’에 달려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능한 리더십으로 내란 위기를 수습하고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에 실질적 성과를 낸다면 그를 괴롭혀온 사법리스크에 대해 ‘국민적 사면’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항소 포기 사태로 물 만난 고기처럼 튀어 오르는 열혈 검사들이 왜 윤석열 정권에서는 그토록 얌전한 고양이가 됐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항소 포기 사태가 검찰 개혁 전체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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