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광둥성 찾아 '자유무역구·푸젠함·광둥-홍콩-마카오 경제권' 부각
관영언론, '개혁개방 최전선 지역 방문' 의미 부여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부산 정상회담 이후 첫 지방 시찰에서 하이난성과 광둥성 등 남부지역을 찾아 광폭 행보를 펼쳤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시 주석이 과거 개혁개방의 최전선이던 곳이자 새로운 거점을 방문했다면서 하이난 자유무역구, 중국 3호 항공모함인 푸젠함, 광둥성·홍콩·마카오를 아우르는 경제권인 웨강아오 다완취(大灣區) 등을 그의 성과로 부각했다.
1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5일 하이난성 싼야에서 중국의 세번째 항모인 푸젠함의 취역식에 참석했다.
푸젠함은 항모 갑판에서 함재기를 급가속해 곧장 쏘아 올리는 전자기식 캐터펄트(사출기)를 중국 항모로는 처음으로 장착해 주목받았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푸젠함에 전자기식 캐터펄트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전투기 사출 시연을 참관하고 함재기가 탑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출 버튼을 직접 눌러 기기 움직임을 살펴보기도 했다.
시 주석은 6일에는 싼야에서 하이난 자우뮤역항 관련 업무보고를 듣고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의 전략적 목표는 하이난 자유무역항을 우리나라 신시대 대외개방을 이끄는 중요한 관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12월 18일부터 하이난 자유무역항을 특별 세관 구역으로 분리하는 봉관(封關)이 시작되는 것과 관련해 "중국이 확고하게 고수하는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 확대와 개방형 세계 경제 건설 추진을 상징적 조치"라며 "봉관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세심하게 준비해 안정적이고 질서있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봉관은 세관을 봉쇄한다는 뜻으로 하이난섬 전체를 중국 본토와 분리된 특별 세관구역으로 지정해 통관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출입 제한·금지 목록이나 수입세 징수 목록에 오르지 않은 품목에는 무관세를 적용하는 개방 확대 조치다.
중국 당국은 봉관운영이 시행되면 하이난성에서 무관세 품목이 현재 1천900개에서 6천600개로 늘어나고 무관세 품목 비중은 21%에서 74%로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시 주석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다. 시 주석은 2018년 4월 하이난 경제특구 건설 30주년 기념식에서 이 구상을 공식 발표했고, 중국 당국은 그해 10월 하이난을 '자유무역시험구'로 지정했다.
인민일보는 당 중앙이 개혁개방 초기부터 하이난에 주목해 1988년 중국 유일의 성급 경제특구가 됐으며, 이곳에 대형 석유화학·철강 단지 등 제조업 기지를 만들자는 주장 등 논란이 있었지만 시 주석이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 건설 구상을 밀어붙였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한 "오늘날 세계정세는 한쪽에서는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다자주의와 문호개방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이난 자유무역항 개방 확대를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대비시켰다.
시 주석은 이어 7일에는 광둥성으로 이동해 건국 원로인 예젠잉(葉劍英·1897∼1986)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의 고향인 메이저우시 옌양진(鎭)을 찾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개국 10대 원수인 예젠잉은 공산당의 대장정과 중일전쟁, 국공내전 등을 주도했다.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개혁개방 노선을 지지하고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勳·1913∼2002) 전 부총리 등 개혁파 지도자들을 지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옌양진에서 예젠잉 기념관과 고택에 들른 뒤 유자 농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광둥은 개혁개방 최전선이나 발전에 불균형이 있는 지역이다. 이는 나의 걱정거리"라고 언급했다.
이튿날 광저우에서 광둥성 업무보고를 들으면서는 "도시와 농촌 간 발전 격차가 여전히 큰 단점을 점차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웨강아오 다완취 건설이 "광둥성의 중대한 책임이자 드문 발전 기회"라며 "다완취 건설에서 광둥은 주력군이자 기관차"라고 강조했다.
웨강아오 다완취는 광저우와 선전 등 광둥성 9개 주요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연결하는 거대 경제권 조성 프로젝트로, 역시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이다.
시 주석은 마지막으로 9일에는 광둥성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개막한 제15회 전국운동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전국운동회는 4년에 한 번 열리는 중국의 종합 스포츠 대회로 이번에는 광둥성·홍콩·마카오가 공동 개최했다. 여러 지역이 이 대회를 공동 개최하는 것은 1959년 첫 대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공연은 '같은 뿌리 같은 근원', '같은 마음 같은 인연', '같은 꿈 같은 성취' 등 3개 장으로 진행되는 등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시행 중인 홍콩·마카오와 중국 본토와의 동질성을 강조했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은 이번 전국운동회가 "신시대에 중국이 고수준 대외개방을 확대하기 위한 첨병"인 웨강아오 다완취의 모습을 통해 "세계에 일국양제의 생생한 실천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매체는 또한 1978년 12월 18일에 열린 공산당 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화했고 광둥성이 그 추세에 앞장섰다며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개혁개방의 첨병, 선도지, 실험구'로서 광둥의 위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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