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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빙그레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빙그레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정위가 빙그레에 부과한 과징금 388억3800만원이 정당하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2022년 2월 11일 빙그레(005180)를 포함한 아이스크림 제조 4개사가 2016년 2월 15일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 가격협정, 시장분할협정, 입찰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4개사는 2016년 2월 15일경부터 시판채널 영업 전반에 대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2017년 8월 28일경부터는 유통채널 영업 전반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는 2019년 8월경까지 가격·시장·입찰 등에 관한 세부 합의를 통해 지속됐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공동행위의 관련상품시장(담합 행위가 영향을 미치는 시장 범위)을 ‘국내 소용량·완제품 형태의 아이스크림 판매시장’으로 획정했다. 그리고 위반기간 동안 원고 등 제조 4개사가 관련상품에 관해 발생시킨 모든 매출액을 관련매출액으로 봤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처분이 적법하다고 보고 빙그레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빙그레를 포함한 아이스크림 제조 4개사의 공동행위 관련시장을 ‘국내 소용량·완제품 형태의 아이스크림 판매시장’으로 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위반기간 동안 판매된 관련상품들의 매출액은 모두 관련매출액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고가 제품), 특정업체에 특화된 제품(특정 유통업체 전용 제품), 이커머스 제품(온라인 쇼핑몰 판매 제품)의 각 매출액도 관련매출액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봤다.
빙그레는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빙그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빙그레는 시판채널과 유통채널을 별도의 시장으로 구분해야 하며, 특히 2016년 2월 15일부터 2017년 8월 27일까지는 유통채널에 대한 합의가 없었으므로 이 기간의 유통채널 판매 아이스크림 매출액은 관련매출액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시판채널 판매 아이스크림과 유통채널 판매 아이스크림이 하나의 관련시장 내에 있는 관련 상품이라는 원심의 판단을 수긍했다. 관련시장 획정, 관련 상품의 판단 및 관련매출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관련매출액 산정의 전제가 되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판매된 관련 상품’의 범위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 간의 합의 내용,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의 종류와 성질, 용도 및 대체가능성과 거래지역·거래상대방·거래단계 등을 고려해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담합이 영향을 미친 모든 제품의 매출액을 과징금 계산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미다.
프리미엄 제품, 특정업체 특화제품, 이커머스 판매제품의 매출이 공동행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빙그레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들 제품의 매출액을 공동행위의 ‘관련매출액’에 포함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판단했다. 가격이 비싸거나 특정 업체 전용 제품이라 해도 담합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빙그레가 시판채널에서의 콘류 제품(콘 모양 아이스크림) 권장소비자가격 인상 합의와 유통채널에서의 편의점 샌드류(샌드위치형 아이스크림) 및 콘류 제품 가격 인상 합의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는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부당한 공동행위에 따른 과징금 산정 시 ‘관련매출액’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합의의 대상이 된 상품의 매출액이 위반기간 중에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 매출액 중 일부가 부당한 공동행위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특별한 사정이 드러난다면 그 부분은 합의로 인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상품의 매출액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관련매출액’에서 제외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담합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기업이 명확히 입증하면 그 부분만 과징금 산정에서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빙그레가 주장한 각종 매출액이 공동행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위반기간 동안의 전체 아이스크림 매출액을 관련매출액으로 본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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