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사라져가는 숲과 강 — 기후위기 최전선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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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사라져가는 숲과 강 — 기후위기 최전선의 경고

월간기후변화 2025-11-11 10:28:00 신고

▲ 말라가는 라오스의 메콩강 중국의 댐이 많은영향을 주고 있다.    

 

라오스는 동남아의 심장부이자 ‘메콩의 나라’로 불린다. 그러나 지금 이 내륙국은 기후위기의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다.

 

더 이상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폭염, 가뭄, 홍수, 산사태는 라오스의 산과 강을 천천히 파괴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라오스를 아시아에서 가장 기후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분류했고, 세계은행 역시 기후변화에 ‘극도로 노출된’ 나라로 보고 있다.

 

라오스 인구의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그중 대부분이 벼농사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제 쌀은 ‘기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작물이 되어버렸다.

 

메콩강 상류의 강우 패턴이 불안정해지면서 농사 시기가 제멋대로 바뀌고, 2024년에는 전국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겹치며 벼 수확량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농민들은 “비가 와야 할 때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들의 논바닥은 갈라지고, 가축은 병들며, 아이들의 식탁에는 쌀 대신 옥수수죽이 오르기 시작했다. 유니세프는 라오스 농촌 아동의 영양실조율이 급등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수력 발전’은 라오스 경제의 상징이자 수출의 핵심이다. 정부는 자국을 ‘동남아의 배터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세워 수십 개의 대형 댐을 건설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강우량이 불규칙해지자 이 수력 시스템은 불안정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건기(乾期)에는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 발전소가 멈추고, 우기에는 폭우로 댐 방류가 이어지며 인근 마을이 물에 잠겼다.

 

2018년 아타푸(Attapeu) 지역의 댐 붕괴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이재민이 된 비극은 아직도 라오스 국민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한 생존자는 “우리는 발전소의 불빛을 위해 삶을 잃었다”고 말했다.

 

라오스의 또 다른 비극은 숲이다. 한때 국토의 70%를 덮었던 울창한 열대우림은 벌목과 농지 확대로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 삼림 파괴는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토양 침식을 가속화했다. 산사태와 홍수 피해는 매년 반복된다.

 

특히 북부 루앙프라방 지역에서는 산림이 줄어들며 강수량의 계절적 편차가 극심해지고 있다. 기후과학자들은 “라오스의 숲은 지역 기후의 완충 장치였다”며 “숲이 사라진 곳에 가뭄과 폭우가 동시에 온다”고 경고한다. 숲이 사라지자, 새와 짐승도 떠났다. 마을 원로들은 “이제 밤에 들리는 건 비의 소리뿐”이라고 말한다.

 

기후위기의 파도는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뜨린다. 라오스에서는 폭염으로 학교가 휴교되고, 아이들이 탈수와 열사병으로 병원에 실려 간다. 도시의 전력망은 불안정해 냉방시설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시골 마을은 식수 부족으로 물을 끓여 먹는다.

 

월평균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이 계속되면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는 전력 수요가 2배 이상 급증했지만, 발전소는 물 부족으로 가동률을 줄였다. 전력난은 공장 가동 중단과 실업으로 이어졌다. 젊은이들은 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노인과 아이들만 남은 마을은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메콩강은 라오스의 젖줄이다. 그러나 이제 그 강은 더 이상 풍요의 상징이 아니다. 물고기는 줄었고, 강바닥에는 댐 건설 잔해와 플라스틱이 떠다닌다. 어부들은 “이제 그물에는 고기 대신 쓰레기가 걸린다”고 말한다.

 

강의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등 인접국의 삶도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는 “라오스의 새로운 댐이 메콩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강 중 하나가 인간의 탐욕으로 병들었다”고 보도했다.

 

기후변화는 라오스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땅의 색깔, 강의 흐름, 사람의 일상까지. 하지만 이 변화는 라오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메콩은 태국을 지나 캄보디아와 베트남까지 흘러가며, 그 물줄기에는 7천만 명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 라오스의 기후위기는 곧 동남아의 위기이며, 세계의 경고음이다.


라오스 정부는 수력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보완하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는 역부족이다.

 

세계은행과 유엔기구들은 라오스를 ‘기후금융 우선 지원국’으로 분류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느리다. 현지 활동가들은 “라오스는 오염을 만든 나라가 아니라, 그 피해를 먼저 받는 나라”라고 말한다.

 

라오스의 어린아이들이 더 이상 뜨거운 흙바닥 위에서 울지 않도록, 국제사회는 지금 이 작고 가난한 나라의 하늘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 그들의 메콩이 다시 생명의 강으로 흐르기 위해선, 세계의 온도부터 낮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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