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욕 먹을까봐 계속 일했는데 죽은 사람이 내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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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면 욕 먹을까봐 계속 일했는데 죽은 사람이 내 남편이었다”

월간기후변화 2025-11-11 10:20:00 신고

 

▲ 쿠팡물류센터사진    

 

쿠팡의 노동 현장은 이미 일상의 재난이 되었다. 노동자들이 쓰러지고,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 거대 플랫폼은 36조 원이 넘는 매출과 1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자랑한다. 누군가는 이윤을 얻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는다. 논점은 단순하다. “사람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쿠팡의 새벽 배송은 편리함의 상징처럼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그 속은 냉혹하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쿠팡 물류센터·배송 기사들의 사망 사고는 열 손가락으로도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심근경색, 과로사, 급류 사고, 자살, 냉동창고 돌연사까지, 노동자들은 극한의 노동 강도에 시달리다 하나씩 쓰러졌다. “밀리면 욕 먹을까봐 계속 일했는데 죽은 사람이 내 남편이었다.” 한 노동자의 아내가 남긴 이 말은 오늘날 한국 노동 현실의 단면이자,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쿠팡의 공식 입장은 늘 같다. “외주업체 소속이라 관여할 수 없다.” “지병이었다.” “개인적 사유다.” 하지만 죽음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장시간 노동, 높은 스트레스, 휴식 부재, 그리고 과도한 물량 압박.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쿠팡과 자회사의 산업재해율은 평균 6.7%로, 건설업보다 높고 전국 평균의 10배를 넘는다. 산재 신청률은 4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계약 불이익이 두려워” 공상 처리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프레임의 조작” 때문이다. 쿠팡은 자신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포장했다. “중소기업보다 나은 일자리”, “새벽배송의 효율성”이라는 논리 뒤에 죽음을 은폐했다. 일부 논객은 “공장에서 일할 바에야 쿠팡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약자 올림픽’이다. 더 나쁜 조건과 덜 나쁜 조건을 비교하는 순간, 노동자 간의 불행이 경쟁이 된다. “노동자끼리 불행 배틀을 시키는 사회가 장시간·야간 노동 불지옥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정확하다.

 

쿠팡의 구조적 문제는 ‘속도’에 집착하는 시스템이다. 배송 단가는 주간 730원, 야간 940원. 건당 수수료는 낮지만 물량은 많다. 물량이 늦으면 클렌징 제도로 구역이 회수된다. 살아남으려면 뛰는 수밖에 없다.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 새벽 5시24분, 쿠팡 기사 정슬기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다. 이후 그는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났다.

 

문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근로감독을 게을리하고, 쿠팡은 하청 구조를 방패로 삼았다. 심지어 검찰조차 퇴직금 횡령 혐의를 기소하려던 검사에게 제동을 걸었다는 내부 폭로까지 나왔다. 쿠팡을 변호한 김앤장과 검찰 고위 간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지만, 진상 규명은 흐지부지됐다. 국회에서도 쿠팡의 ‘로비라인’은 투명하지 않다.

 

쿠팡은 올해 매출 13조 원, 영업이익 2천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수치의 이면에는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땀과 죽음이 있다. “0~5시 배송 금지”를 두고 찬반 논쟁이 벌어지지만, 핵심은 그것이 아니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인가’가 진짜 쟁점이다. 새벽 배송을 유지하되, 인력을 충분히 투입하고 단가를 현실화하며 휴식과 교대제를 보장하면 된다. 그 비용은 기업이 감당해야 한다.

 

ILO 관계자는 “기업은 빠지고 노동자와 소비자를 내세워 대리전을 벌인다”고 말했다. “당장 돈을 벌 기회와 사회 전체의 안전이라는 장기적 이익이 충돌할 때, 기업은 이 틈을 이용한다.” 소비자의 편의와 노동자의 생명을 맞바꾸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편리함이 타인의 죽음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쿠팡이 이렇게 하니까 다른 택배사들도 따라 한다.” 한 택배노조 관계자의 말은 경고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현실에서, 누군가는 선을 그어야 한다. 쿠팡이 바뀌면 시장이 바뀐다. 새벽배송을 지속하려면 사람을 사람답게 고용하고, 교대제를 운영하고, 물류센터의 냉난방을 갖추고, 휴게 시간을 의무화해야 한다. 그조차 불가능하다면, 새벽배송은 멈춰야 한다.

 

 

 

 

이제는 소비자가, 정치가, 언론이, 그리고 정부가 묻고 답을 받아야 한다. “쿠팡,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더 이상 노동자의 죽음으로 대신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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