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확실한 회복 궤도에 올랐다. 11월 들어 반도체와 자동차가 수출을 끌어올리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3분기 누적 수출액은 1850억 달러(약 27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AI(인공지능) 반도체와 고급차 중심의 구조적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11월 1~10일 한국의 수출액은 158억 달러(약 23조58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조업일수는 7일로 지난해와 같아, 일평균 수출액도 22억6000만 달러(약 3조2982억원)로 6.4% 늘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17.7%↑), 승용차(16.2%↑), 선박(8.7%↑)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특히 AI 연산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견인했다. 반면 석유제품(-14%), 철강제품(-13.4%), 무선통신기기(-21.1%) 등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11.9%), 미국(11.6%), EU(10%), 말레이시아(15.5%)로 수출이 증가했다. 반면 베트남(-11.5%), 일본(-11.9%), 인도(-12.5%), 싱가포르(-39%)는 감소했다.
수입은 170억 달러(8.2%↑)로 집계됐다. 반도체(16.1%)·반도체 장비(59.2%)·기계류(20.1%) 수입이 늘었고, 원유(-20.1%)·가스(-50.3%)는 줄었다. 이에 따라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1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연간 누적 기준으로는 551억 달러(약 80조4295억원)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수출액은 1223억 달러(약 178조 5702억원, 5.1%↑)로, 반도체·수송장비 등 자본재(12.2%)가 성장을 견인했다. 중견기업은 323억 달러(약 47조원, 7%↑)로, IT부품(9.4%)과 내구소비재(4.4%) 수출이 고르게 늘었다. 중소기업은 298억 달러(약 43조5050억원, 11.9%↑)로, 소비재(24.9%), 자본재(7.4%), 원자재(7.7%)가 모두 증가했다.
국가데이터처는 “미국의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의 수출시장 다변화 전략이 빠르게 작동했다”며 “대중·대미 수출은 소폭 줄었지만 동남아, EU27, CIS 등으로의 수출 확대가 이를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초까지 적자를 반복하던 무역수지가 빠르게 개선되며, 한국 제조업의 체질 개선과 회복 탄력성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에너지 가격 하락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맞물리면서, 한국 수출은 ‘수량 증가 + 단가 개선’의 이중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ESG·AI·전기차 등 신성장 산업 중심의 수출 포트폴리오 전환이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수출은 단기 회복이 아니라 기술 주도형 성장세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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