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국고채 금리 30bp 안팎 급등…"손실구간 진입" 불안감↑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최근 국고채 금리 급등으로 증권사들의 채권 투자 수익률에 '빨간불'이 들어오며 손절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는 각각 연 2.865%, 3.230%로 나타났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 상승세로 전환해 이달 들어 웬만한 구간에서 연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3년물 금리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 연 2.591%(지난달 10일)에서 연중 최고치를 쓴 지난 7일 연 2.894%로 30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도 연 2.964%에서 연 3.226%로 26bp 이상 뛰었다.
채권의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뜻한다.
최근 국고채 '몸값'이 급락한 주된 배경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소멸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조정의 주요 변수로 삼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경우 과열 현상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았고, 경기 둔화 우려를 근거 삼아 기준금리를 내리기에는 최근 성장률 상향 조정 가능성이 점쳐질 만큼 경기가 나쁘지 않다.
여기에 최근 증시 활황으로 은행권에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 무브'가 나타나면서 돈이 빠져나간 은행권의 채권 매수 여력이 줄어든 점도 수급 여건을 악화했다.
이처럼 금리 급등세가 이어지자 채권시장에서는 손절 장세가 진행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소멸하고 내년 국고채와 특수채 발행 우려까지 더해져 수급이 꼬인 상황"이라며 "국고채 손절이 일주일 넘게 진행되고, 지난주 후반에는 크레디트물(신용물) 손절까지 나오며 금리 하락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올해 채권투자는 이제 이자수익까지 날아간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며 "특히 국고채 중심으로 투자한 경우 내상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연기금·보험사와 같은 장기 투자자보다 자기자본으로 채권에 단기 투자하는 증권사가 특히 직격탄을 맞았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증권사들의 구매력이 커지며 금리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대됐는데, 증권사들은 단기 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며 "로스컷(손절매) 내부 기준 등을 고려할 때 연간 수익률 방어 차원에서 손절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 흐름을 고려할 때 아마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 매수한 채권은 손실 구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채권 투자를 통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증권사는 채권 매입 시점에 따라 손실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천피'(코스피 4,000) 증시 활황으로 증권업계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채권 운용 손실이 일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금리가 하락세로 반전할 계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성장 모멘텀이 개선된 거시적 환경,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앞둔 통화정책, 여기에 늘어난 국채 공급량 등 수급 환경 악화도 현실화하고 있다"며 "올라간 금리가 이전 수준으로 내려오기는 어렵고 (10년물 금리) 3%대 장기금리에 익숙해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ykba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