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연설 편집 논란으로 사장과 보도국장이 사퇴한 영국 BBC 측에 최소 10억 달러(1조4500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BBC는 1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자사에 보낸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서한에 "BBC가 11월14일 오후 5시(미국 동부시간)까지 위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는 최소 1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가 포함된다"고 적었다.
NY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 요구 사항은 다큐멘터리 전면 철회 및 공식 사과, 트럼프 대통령이 입은 피해에 대한 적절한 금전적 배상 등이다.
BBC는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해 10월 방영된 '트럼프: 두 번째 기회?' 제하 다큐멘터리에서 2021년 1월6일 의회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편집해 폭동을 노골적으로 부추긴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BBC 내부 문건에 따르면 BBC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지옥처럼 싸우기 위해 그들과 함께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갈 것"이라고 말하는 영상을 내보냈는데, 실제로는 "평화롭고 애국적인 방식으로 여러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걸을 것"이라고 말했음에도 다른 발언과 짜깁기해 한 문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팀 데이비 BBC 사장은 9일 "BBC는 전반적으로 잘 일하고 있지만, 일부 실수가 있었기에 대표로서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데버라 터너스 보도국장도 "(논란이) BBC에 해를 입히는 단계에 도달했다. 책임은 내게 있다"며 물러났다.
사미르 샤 BBC 회장도 10일 별도 성명을 내고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폭력을 선동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BBC는 이 판단 오류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편집 관련 논란은 표준위원회에서 1월과 5월 두 차례 논의됐으며, 결과는 제작팀에 전달됐다"면서도 "돌이켜보면 더 공식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으며,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할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샤 회장은 다만 "BBC에 반(反)이스라엘 등 체계적 편견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BBC의 거대한 규모 속에서 이뤄지는 탁월하고 공정한 보도의 양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BBC가 신뢰를 유지하고, 실수가 나왔을 때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우리 의견"이라며 "우리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BBC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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