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국가 영웅으로 선언 논란

사진 = 뉴시스

 

인도네시아는 10일 전 독재자 수하르토를 국가 영웅으로 선언하면서 그의 32년 집권 기간 동안 발생한 수십년 간의 인권 침해와 부패를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한 인권 단체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수하르토는 냉전 시기 미국의 동맹국으로 수십년 간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했으며, 이 기간 동안 최대 100만명의 정치적 반대자들이 사망했다. 그러나 1998년 시위로 인해 수하르토는 무너졌다.

그는 국가 영웅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열린 TV전 시상식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인정한 10명 중 한 명이었다.

파들리 존 문화부장관은 수하르토가 네덜란드 식민 통치자들과의 독립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후 네덜란드로부터 현재 서파푸아를 장악하는 데 도움을 준 군사작전 사령관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존 장관은 또 수하르토가 빈곤을 완화하고 인플레이션을 잡으며 공산주의 봉기를 진압한 공로를 인정했다. 그러나 수하르토의 부패와 심각한 인권 침해 혐의에 대해서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배제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수하르토의 딸과 결혼하는 등 수하르토와 긴밀한 관계였다. 그는 수하르토 대통령 시절 인도네시아 특수부대에 근무하면서 광범위한 인권 침해 혐의로 기소됐었지만 승진을 거듭 했었다. 그를 비롯한 부대원들은 미국 여행이 금지됐었지만 2020년 프라보워 대통령이 국방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중 미국 여행 금지가 해제됐었다.

한편 수하르토의 여러 억압적 법률들을 폐지했던 압두라흐만 와히드 전 대통령과 독재 기간에 사망한 저명한 노동 운동가 마르시나도 이날 국가 영웅으로 인정받은 10명의 인물에 포함됐다.

마르시나는 1993년 24세의 나이에 군인들과의 실랑이 끝에 실종된 후 살해된 채 발견됐다.

수하르토 치하에서의 국가 폭력에서 살아 남은 생존자들은 이날 수하르토가 국가 영웅으로 추대되자 분노를 터뜨렸다.

인도네시아 공산당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 없이 수감됐으며, 현재 1965년 살인피해자연구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베드조 운퉁은 "이 정부의 터무니없는 결정에 충격과 실망,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1970년부터 1979년까지 수감 기간 동안 고문을 당했던 운퉁은 자신의 가족이 공산주의와의 연관성으로 인해 수년 간의 차별과 고난을 겪었다며 "매우 불공평하며, 우리는 오늘날까지도 고통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하르토는 2010년부터 여러 차례 국가 영웅 칭호 후보에 올랐지만, 이전 인도네시아 지도자들은 논쟁과 국가적 항의에 직면하여 이를 거부했었다.

프라세티요 하디 국무장관은 국가 영웅 및 사회 단체를 위한 국가평가위원회와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올해의 영예 후보를 의회에서 추천했다고 말했다.

하디는 발표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국가에 특별한 봉사를 해온 전임자들, 특히 지도자들에 대한 존경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노동관 2045의 수석 정책분석가 잘레스와리 프라모다와르다니는 수하르토의 국가 영웅 칭호가 국가의 집단적 기억뿐만 아니라 과도기적 정의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과 1998년 개혁운동의 명령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각한 인권 침해의 설계자에게 영웅 칭호를 부여하는 것은 "국가 폭력을 사실상 사면하여 수많은 피해자에 대한 정의 추구를 영구적으로 동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