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피부색 이유로 학살 주장도…반군은 부인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내전 중인 반군 신속지원군(RSF)이 최근 점령한 서부 지역에서 대량 학살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소각하거나 매장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지에서 전쟁 상황을 추적하는 의료단체인 수단의사네트워크는 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RSF가 북다르푸르주 주도 알파시르 거리에서 수백구의 시신을 수습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알자지라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 단체는 "알파시르에서 일어난 일은 시신 훼손을 금지하고 죽은 자에 대한 존엄성을 보장하는 국제적·종교적 규범의 노골적 위반이자 집단학살의 방증"이라며 "RSF의 범죄는 은폐나 소각으로 지워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달 26일 RSF가 정부군의 서부 최후의 거점이던 알파시르를 장악한 이후 대량 학살, 강간, 고문 등의 보고가 이어졌다며 알파시르의 26만명 인구 중 8만2천명이 피란한 것으로 추산했다.
RSF가 부족과 피부색을 이유로 학살을 자행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알바시르에서 탈출해 인근 타윌라 마을로 피란한 대학생 하산 오스만은 "RSF는 부족과 피부색, 출신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특정 부족에 속하고 흑인이면 아무 질문도 없이 즉각 살해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부색이 밝으면 그냥 보내주기도 한다"며 "순전히 인종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실뱅 페니코는 타윌라에서 인터뷰한 많은 피란민이 "'피부색 때문에 표적이 됐다'고 토로했다"며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동안 추적당하고 단순히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받는 모습이 가장 끔찍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RSF는 이런 주장이 모두 허위라고 일축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RSF의 전신인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는 2000년대 초반 다르푸르 내전에선 정부군에 가세해 비아랍계 반군과 싸우며 대량 학살과 잔혹 행위를 저지른 바 있다. 유엔은 2003∼2006년 다르푸르 내전 당시 사망자를 약 30만명, 이재민을 250만명으로 추산한다.
1956년 독립 이후 잦은 내전과 정치 불안을 겪은 수단에서는 정부군과 RSF 사이에 내전이 2023년 4월 15일 발발해 3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수단 정부군은 동부와 북부·중부 권역을, RSF는 서부와 남부 권역 일부를 각각 통제하며 대치해왔으나 RSF가 최근 서부에서 권역을 확고히 굳히면서 양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 등에 따르면 양측의 분쟁으로 지금까지 수단 곳곳에서 5만명 가까이 숨졌고 폭력 사태를 피해 집을 떠난 피란민도 1천200만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약 400만명이 차드, 이집트, 남수단 등 주변 국가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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