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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
정 장관은 도어스테핑의 첫머리에 대장동 수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성공한 수사, 또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사의 목적이 범죄자를 찾아내고 적정한 형벌을 받게 하는 것인데, 그 목적을 달성했다는 논리였다.
“수사한 검사들도 최선을 다해 나름 수사를 했었고, 공판 검사들도 최선을 다해 공소유지를 해서 그에 합당한 결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핵심 피고인인 유동규에 대한 판결을 강조했다.
“가장 핵심적인 유동규 관련해서는 7년 구형했지만 8년형이 선고됐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검사가 최종 재판에서 구형을 하는 것은 수사한 검사가 검찰의 내부 기준에 맞춰 최대한을 구형하는 겁니다. 그 구형보다도 판결 선고형이 더 많이 나왔습니다.”
징역 7년을 구형했는데 징역 8년이 선고된 것을 근거로 정 장관은 “수사도 잘 됐고”, “수사 결과에 대해서 법원에서는 제대로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검찰이 요구한 것보다 법원이 더 무거운 형을 내렸으니 수사가 성공적이었다는 취지다. 법원이 검찰의 주장을 충분히 받아들였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런데 “유동규 봐줬다”?
하지만 수사팀 검사들이 항소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반박하는 과정에서 정 장관은 자신의 앞선 발언과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수사팀에 있어서는 저는 상당히 의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그 수사팀에서 유동규 관련 7년 구형했습니다. 형이 더 나왔어요. 오히려 그들이 유동규를 오히려… 유동규에 대해서 본래 본인들이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나와서 한 게 아니냐 이런 의심도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본인들이 구형했던 것보다 더 많은 형이 나온 거예요.”
조금 전까지 ‘성공한 수사’의 증거였던 것이 불과 몇분만에 ‘수사팀이 유동규를 봐줬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근거가 된 것이다.
구형보다 높은 형이 나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를 의미한다. 검찰의 구형은 적정했는데 법원이 사안을 더 중하게 봤거나, 검찰의 구형이 다소 낮아서 법원이 이를 보정했을 수 있다.
어느 경우든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만약 수사가 부실했거나 증거가 불충분했다면, 법원은 무죄나 감형을 선고했을 것이다.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검찰의 주장이 설득력 있었다는 뜻이다.
만약 수사팀이 피고인을 봐줬다면, 그것은 성공한 수사가 아니다. 반대로 수사가 성공적이었다면, 수사팀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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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자리에서 다른 해석…왜?
정 장관은 왜 이런 모순된 해석을 내놓았을까. 발언의 맥락을 보면 정 장관은 검찰의 항소 포기를 정당화해야 했다. 그 논리는 “구형보다 높은 형이 나왔으니 양형이 충분하다. 따라서 항소할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이 논리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수사가 적정했고 판결도 적정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발언 초반 “성공한 수사”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사·공판팀 검사들이 항소를 주장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 적용 여부라는 중요한 법리 쟁점이 있고, 1심 재판부도 “판례가 없다”며 상급심 판단의 필요성을 시사했다는 것이 수사·공판팀 검사들의 논리였다.
결국 정 장관은 수사·공판팀 검사들의 주장을 약화시키고 항소 포기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모순된 발언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남욱 증언 들어 문제 제기…성공한 수사?
정 장관은 수사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남욱의 증언도 활용했다.
“남욱 씨가 다른 재판 과정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증언을 했습니다. 이 사건의 수사 검사가 입에 담기 힘든 말이지만 ‘배를 가른다. 장기를 꺼내야겠다. 가족의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이렇게 협박을 했다.’ 이런 증언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 사건이 계속되게 됐을 때 오히려 더 정치적인 문제가 되지 않겠나.”
남욱은 대장동 사건의 피고인이다. 이 증언이 사실인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정 장관은 이를 수사 과정 전체를 의심하는 근거로 삼았다. “그런 정도의 위협이 있었다고 하면 누가 거기에 대해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수사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것도 “성공한 수사” 평가와 모순된다. 만약 수사 과정에 ‘협박’이 있었다면, 성공한 수사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장동 수사는 성공한 것인가. 수사팀은 유동규를 봐준 것인가. 정 장관의 20여분간의 발언 후에도 대장동 항소 포기를 둘러싼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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