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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맞춤형 한도·금리 제공할 것”
고경래 제주은행 ERP뱅킹사업단장은 10일 서울 중구 더존비즈온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은행이 가진 기업 결산데이터는 최소 3개월이 지난 과거의 데이터다. 비 외감기업은 6~7개월 전의 자금흐름을 기준으로 대출 상환능력을 심사하는데 DJ뱅크는 더존의 실시간 ERP 데이터로 맞춤형 상품을 제안할 수 있다”며 “최근 매출창출력이 더 좋아지고 활발히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기업에 맞춤형 한도·금리를 제공해 풀뿌리 생산적 금융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DJ뱅크는 국내 ERP 1위 업체 더존비즈온(더존)과 신한금융그룹의 제주은행이 함께 만든 ERP 뱅킹 브랜드다. 기업 고객이 은행 문을 두드리게 하는 익숙한 접근방식에서 탈피해 은행이 기업의 ERP 플랫폼에 들어가는 임베디드·공급망 금융을 구현한다. 고경래 단장은 “시장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들어오면서 개인금융의 디지털 혁신은 빨라졌지만 기업금융 부문은 속도가 더뎠다”며 “기업 데이터 확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ERP 업체에 주목해 더존과 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2022년 5월 더존과 함께 기업신용평가 CB사 ‘테크핀레이팅스’를 설립한 후 작년 5월 CB업 본인가를 받았다. 제4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설립 비용·기간을 고려해 제주은행과 더존이 ERP뱅킹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전략을 바꿨다. 올해 4월 더존이 유상증자를 통해 제주은행의 지분 14.99%를 신규 취득한 후 ERP뱅킹 전문 브랜드 DJ뱅크를 만들었다.
ERP뱅킹은 신한금융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생산적 금융을 구현할 핵심축이다. 고 단장은 “신생기업이 거래처에 구입대금 1000만원을 보내면 내부적으로는 ERP에서 집행 품의·결재 절차를 밟고 은행 영업창구에 찾아가 상환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며 “ERP뱅킹을 통하면 신생기업도 ERP에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매출창출력을 보여줄 수 있다. 더존에서 품의·결재를 진행할 때 바로 대출 신청까지 가능해 금융의 접근성, 적시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고 단장은 “더존의 ERP 고객사가 400만개로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이 더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며 “데이터 커버리지(범위)가 넓은 데다 국세청 신고 자료, 인사·회계·재무자료까지 통합 관리하는 만큼 단순한 매출 데이터보다 신뢰성이 더 높다”고 했다.
DJ뱅크는 400조원 규모의 중견·중소기업 운전자금대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고 단장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중소기업 대출 1100조원 중 ERP 채널을 통해 접근 가능한 운전자금대출 시장이 400~500조원 정도다”며 “이미 시중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기업이 많아서 DJ뱅크가 단기간 내 접근 가능한 시장은 40조원으로 판단한다. 이 시장에 DJ뱅크의 차별화한 상품·서비스를 먼저 공급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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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기업금융 상품·서비스 출시
구체적으로 내년 1분기 중 기업금융 상품·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더존과 제주은행 시스템 간 연계, 인프라 정합성을 검증하고 있다. ERP뱅킹의 시작을 알린 중소기업 임·직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은 지난달 24일 첫 출시 후 2주 만에 누적 취급금액 약 230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대출 비교중개 플랫폼에도 올려 ERP뱅킹을 홍보했다. 앞으로도 ERP뱅킹을 잘 알릴 수 있는 파트너·채널과는 제휴를 지속할 계획이다.
DJ 뱅크의 출범은 기업금융 디지털 혁신을 통한 풀뿌리 생산적 금융 구현에 더해 지방은행의 경쟁력 강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 단장은 “제주은행이 지역적 한계, 성장 정체기를 넘어서서 디지털 혁신을 통해 지역은행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시중은행보다 제주은행의 규모가 작아서 오히려 더 신속한 조직 개편과 의사 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출신을 포함해 제주은행 소속 임직원과 더존 임직원 30여 명이 현재 ERP뱅킹사업단에서 내년 1분기 기업금융 상품·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금융과 ICT의 결합인 만큼 태스크포스(TF) 또한 비즈데브(Biz+Dev, 사업+IT개발)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후에는 IT·시스템까지 운영하는 비즈데브옵스(BizDevOps) 형태로 확장할 예정이다.
DJ뱅크의 성공 사례는 신한금융그룹으로 연결·확장될 수 있다. 실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AI에이전트,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ERP뱅킹을 새로운 가치 창출의 핵심동력으로 제시했다. 고 단장은 “예컨대 기업들에서는 손해보험사 상품·서비스 수요가 항상 있고 카드, 증권 등 다른 계열사와 협업 가능한 시너지 사례가 많을 것이다”며 “제주은행에서 검증한 사업모델을 신한금융으로 이식하면 기업금융 디지털 혁신을 통한 풀뿌리 생산적 금융 공급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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