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일부 부지는 매각 후 1년여 만에 수익사업으로 개발되면서 국유재산 관리체계의 미비와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유지→민간 ‘반값낙찰’→수익사업화
10일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제출받은 ‘국유 부동산 입찰 매각 현황’(2020년 1월~2025년 7월)을 보면, 감정가 대비 절반 수준(60% 미만)에 팔린 국유지는 총 317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22년 전에는 연간 3건 이하였지만, 2023년 31건, 2024년 166건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만 해도 113건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감정가 기준 1454억원의 부동산을 761억원에 헐값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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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이들 물건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1인 단독응찰 사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수십억 원대 차익을 거둔 낙찰자는 총 5건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서울 구로구 오류동 땅은 감정가 182억 1450만원 대비 낙찰가율이 50.59%에 불과해, 차액이 92억원 이상에 달했다. 해당 부지는 건설업체 A사가 작년 5월 낙찰받아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신축매입약정’을 맺고 도시형생활주택 97가구(지하 1층~지상 7층·연면적 4449㎡) 규모의 신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어 제주 노형동(감정가액 42억 3000만원→낙찰금액 21억 1000만원), 인천 가좌동(22억 8000만원→11억 5000만원), 경기 평택 송담리(21억 7000만원→11억 1000만원), 강원 속초 조양동(28억 3000만원→14억 2000만원) 등이다.
이들 물건은 모두 건설업체나 제조업체가 ‘1인 단독 응찰’로 낙찰받은 것으로, 주거지역을 비롯해 상권·관광지·공업지 등 입지가 다양하다. 주차장·물류센터·숙박시설 등으로 개발이 가능한 ‘알짜 부지’로 평가된다. 단순한 유휴지가 아니라 곧바로 사업화가 가능한 개발지인셈이다. 실제 제주 노형동 부지는 도심 내 상업지역에 위치한 땅으로, 낙찰 후 주차장 운영업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안 팔리니 ‘반값’에·활용성 검증도 없어
이처럼 ‘반값 낙찰’이 가능했던 이유는 현행 법 규정 때문이다. 국유재산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경쟁입찰을 두 차례 진행해도 낙찰자가 없을 경우, 세 번째 입찰부터는 매회 10%씩 예정가를 인하해 최초 예정가의 절반(50%)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국유지가 수십 차례 유찰된 끝에 감정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뒤 단독 응찰자에게 낙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결국 제도 취지가 ‘시장가격에 맞춰 유휴·저활용 국유재산을 처분하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감정가 하한선이 너무 낮아 ‘헐값 매각’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캠코 관계자는 “활용 가치가 낮은 토지를 시장 상황에 맞춰 매각한 것일 뿐, 절차상 문제는 없다. 공매 당시에는 개발 계획이 전혀 없던 국유지였다”며 “매각 당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입찰 참여자가 없어 반복적으로 공매를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오류동 부지의 경우, 국유지를 매각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개발계획이 수립됐다는 점에서 사전 검증 부재와 부처 간 정보 단절이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가 국유지 매각을 총괄하고 캠코가 실무를 맡고 있지만, 실제 개발 수요나 공공기관의 활용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오류동 부지는 A건설사가 작년 5월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낙찰받은 뒤, 지난달 지자체로부터 개발계획 승인을 받아 LH와 손잡고 임대주택사업을 추진 중이다.
◇尹정부때 낙찰가율 급락…“제도정비 필요”
국유지 헐값 매각은 2023년부터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의 경우 전체 감정가액 280억원 중 낙찰금액은 308억원으로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 110%에 달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100%를 웃돌았지만, 2023년 91%로 처음 100%를 밑돌았고, 2024년 78%, 올해 74%까지 하락했다.
이 기간 감정가 대비 각각 약 122억원, 647억원, 477억원 낮은 금액에 매각된 것이다. 2023년 감평액은 1330억원이었으나, 최종 낙찰금액은 1208억원에 그쳤고, 작년에도 감정가는 2895억원이었으나 최종적으론 2248억원에 낙찰됐다.
국유재산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헐값으로 매각할 수 있는 가격은 감정가의 50~50.1%인데, 실제 이 같은 사례는 2022년 이전엔 연 1~3건에 불과했으나, 2023년 10건, 2024년 41건, 2025년 38건으로 3년간 총 94건으로 급증했다.
전종덕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기에 국유재산이 처음으로 감소했다”며 “무차별적인 국유재산 매각은 옳지 않다.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공공자산의 가치 보전을 위해 제도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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