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부 기능정지)이 이르면 9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원 공화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셧다운 종결을 위한 임시 예산안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셧다운 장기화로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 집행과 전국 공항 운영 등이 차질을 빚자 민주당 내 중도 의원들이 공화당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임시예산의 시한을 기존의 이달 21일에서 내년 1월 말로 늘리는 등의 수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정안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검토를 거쳐 이르면 이날 저녁, 또는 10일 오전에 셧다운을 종료하기 위한 임시예산안의 15번째 투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美언론 "상원 셧다운 종결 합의…9일 밤 표결 전망"
CNN 방송과 폭스뉴스 등은 9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민주당 내 중도파 의원들이 공화당이 제시한 대안에 합의하면서 40일간 셧다운 사태가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 상원이 임시 예산안 처리에 실패하면서 지난달 1일 시작된 셧다운은 이날로 40일째를 맞았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ACA) 보조금 지급 1년 연장을 임시 예산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민주당 요구를 공화당이 거부하면서 역대 최장 셧다운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35일간 지속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이 기존 ACA 보조금 지급 방식을 바꾸는 대안을 제시하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협조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공화당의 제안은 연간 약 300억 달러(약 44조 원)에 달하는 ACA 보조금을 보험사에 지급하지 말고, 그 대신에 해당 재원을 국민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 돈을 가입자들이 유연지출계좌(FSA)나 건강저축계좌(HSA)에 넣어 보험료 본인 부담금이나 기타 의료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고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화당의 제안에 셧다운 장기화에 부담을 느낀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협상에 응하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양당은 민주당의 핵심 요구였던 ACA 보조금 연장안을 이번 합의에서 제외하는 대신, 추후 상원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표결 기회를 보장받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현재 약 10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이 셧다운 해제를 위한 절차 투표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돼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표 확보가 유력한 상황이다.
상원 전체회의에서 단기지출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첫 단계인 '절차 표결'이 이날 실시됐는데 CNN은 가결에 필요한 찬성 60표가 이미 확보됐다고 전했다.
향후 상원 전체회의에서 단기지출법안을 최종 처리하면 하원에서도 같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상원에서 최종 처리될 경우 집권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도 가결이 예상된다.
항공편 결항 확대·식비지원 중단 사태에 민주당 중도파 입장 선회
장기화가 우려되어온 셧다운 사태가 반전을 맞이한 데는 민주당 중도파들의 입장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진 섀힌과 매기 하산 의원(이상 뉴햄프셔) 같은 중도 성향 의원들은 셧다운 장기화로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 집행과 전국 공항 운영 등이 차질을 빚자 셧다운 종료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CNN, BBC 방송 등에 따르면 7일 기준 미국 전역에서 1400편 이상의 국제·국내선 항공편이 취소됐다. 이는 연방항공청(FAA) 직원들이 셧다운 여파로 1달 이상 무급으로 근무하면서 피로를 호소하자 FAA가 7일부터 전국에서 가장 혼잡한 40개 공항에서 항공편 운항을 4% 축소한 것에 따른 것이다.
항공편 지연도 잇따르고 있다. FAA에 따르면 8일 오후 기준으로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 도착편은 평균 4시간 이상, 출발편은 평균 1.5시간 지연됐다. 뉴욕주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으로의 출발편은 각각 약 3시간, 2시간 30분 이상 지연됐다.
오는 27일 미국에서는 연중 가장 바쁜 여행 시즌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 연휴가 다가옴에 따라 셧다운 장기화로 인한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셧다운이 이어질 경우 항공편 감축률은 오는 11일 6%로, 14일에는 10%까지 확대된다.
항공편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인 'SNAP'(푸드 스탬프)에 의존하는 시민들의 고통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7일 정부에 SNAP 11월분을 일부가 아닌 전액 지급하라는 하급법원 명령을 일시 중단했다. 이로 인해 푸드 스탬프에 의존하는 4200만 명의 저소득층이 위기에 몰렸다.
각각 약 70만 명에 달하는 무급 휴가 중인 연방공무원, 무급 상태로 근무 중인 연방공무원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텍사스주 엘패소 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리사 모랄레스는 10월과 11월 월세는 낼 수 있었지만, 급여가 없으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정부 셧다운이 계속된다면 이번 달에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이달말까지 셧다운지속시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미국 백악관은 9일 이달말까지 셧다운(연방정부 일부 업무의 일시적 정지) 사태가 지속될 경우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추수감사절(11월27일) 시간은 경제적으로 가장 활발한 기간 중 하나이다. 블랙프라이데이(28일 시작되는 미국의 연중 최대 세일 시즌) 같은 것들이 있다"며 "이때 사람들이 여행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로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골드만삭스가 셧다운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에서 1.5% 손실을 봤다고 추산했다면서 "이 수치는 (셧다운이) 몇주 더 지속되면 아마 낮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휴일을 전후로 대규모 항공 운항 차질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연방 상원에서 임시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셧다운은 이날 역대 최장인 40일째 지속 중이며, 현재도 항공관제사 인력 부족으로 이미 미국 항공 교통에 지연·결항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추수감사절 여행 시즌이 다가올수록 모든 이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원하는 상황에서 항공 운항이 극도로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관제사 중 극소수만 출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미 미 연방항공청(FAA)은 주요 공항 40곳에서 운용하는 항공편을 오는 14일까지 10% 단계적으로 감축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더피 장관은 "관제사들이 급여를 받기 전까지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더 나빠질 것"이라며 인력 부족이 더욱 악화하면 FAA가 항공편을 최대 20%까지 감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는 "많은 항공관제사가 젊고 (1년에) 10만 달러(약 1억4천만원) 이하를 벌고 있으며, 혼자 벌면서 자녀 한두명이 있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관제탑이나 관제센터로 출근해 업무를 하기보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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