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코스피가 외국인 대규모 순매도와 원·달러 환율 급등이 맞물리며 단기 충격권에 진입했다. 변동성 확대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4000선 방어’를 둘러싼 수급 공방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외인 7조 순매도·환율 1460원대…20여 년 만의 수급 충격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3~6일) 코스피의 일일 변동률은 최대 2.36%까지 확대돼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장중 3950선까지 밀렸다가 다시 4000선을 두드리며 ‘널뛰기 장세’가 이어졌다.
이 변동성의 중심에는 7조원 규모의 외국인 순매도가 있다. 이는 2000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주간 순매도 규모로, 1주일 만에 시장 수급 구조를 뒤흔든 셈이다.
환율은 변동성을 더욱 자극했다. 원·달러 환율이 7일 장중 1460원을 돌파하며 약 7개월 만의 고점을 다시 쓰자 외국인 차익 실현이 가속화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매도→환율 상승→환차손 우려→재매도라는 고리 구조가 반복되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말했다.
◇반대매매·대차잔고 동반 급증…‘빚투 레버리지’ 취약점 노출
단기 유동성 압박은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기준 6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218억6000만원으로 비중 2.3%에 달해 올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5조원대에서 좀처럼 줄지 않으며 개인 레버리지 투자 위험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공매도 선행지표로 평가되는 대차잔고가 지속 증가하면서 시장의 리스크 선호 약화가 뚜렷하다. 최근 3개월간 대차잔고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IT주뿐 아니라 HMM·미래에셋증권 등 업종 대표주도 포함됐다. 업종 전반으로 ‘유동성 스트레스’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 충격 불가피…중기 추세 전환 가능성은 낮아
전문가들은 급격한 변동성은 단기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 변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지만, 국내 정책 신호와 글로벌 경기 기대가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상황”이라며 “변동성 국면 속에서도 상방 반등 재료가 동시에 대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 셧다운 해제 기대감이 유입되자 코스피는 4000선을 다시 회복하며 4073.24에 마감했다. 정책 신호도 시장 유입을 자극했다.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기존 정부안(35%)에서 의원안(25%) 수준으로 추가 완화하겠다”고 밝히자 금융주는 일제히 강세 흐름을 보였다. KB금융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장중 50조원을 돌파했고, 하나금융지주(4.57%), 신한지주(1.81%)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배당세 완화가 은행·증권주로 자금 유입을 촉발했고, AI 버블 논란 완화 및 미 셧다운 종료 기대 등이 동반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1460원대 환율 ‘뉴노멀’?…“수출 개선 여력 고려해야”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 고착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과도한 비관론’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신용위험이 높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만으로 외인 이탈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반도체 가격 상승과 환율 효과가 결합될 경우 교역조건 개선, 수출 회복 탄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관세청 무역지표에서도 반도체 단가 반등 조짐이 확인되면서 환율 효과가 수출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지한다.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관세청 등의 자료를 분석해 보면, 높은 환율이 수출주에 일시적 부담을 주지만, 반도체 중심의 교역 구조에는 오히려 ‘완충판’ 역할을 할 수 있다.
Copyright ⓒ 직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