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회가 정면으로 맞섰다. 정부는 내년부터 고소득 준조합원을 중심으로 과세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국회는 “지역금융의 뿌리를 흔드는 조치”라며 전면 유지를 결의했다. 부동산PF 부실, 예금 이탈 등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낮아진 상호금융권은 국회의 움직임을 반기며 한숨을 돌렸지만, 이달 말 세법심사가 최종 분수령이 된다.
◇정부는 왜 ‘단계적 과세’ 들고나왔나
정부는 올해 7월 발표한 ‘2025년 세제개편안’에서 상호금융 비과세 예탁금 제도를 2028년 말까지 연장하되, 소득기준을 두고 과세 비율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총급여 5000만원 초과 준조합원에게 2026년 5%, 2027년 9%의 이자소득세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조치는 “특례가 고소득층의 절세 창구로 변질됐다”는 지적에 기반한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상호금융 비과세 혜택의 수혜자 중 고소득 준조합원 비중이 매년 빠르게 증가해 왔다(참고: 국회예산정책처 ‘세제특례 정비 현황’, 2024). 정부는 이를 ‘정책 목적의 이탈’로 판단했다.
◇국회는 ‘현행 유지’ 결의…지역금융 생태계를 이유로
그러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정반대의 시각이다. 지난 7일 전체회의를 통해 ‘현행 유지 결의안’을 만장일치 채택했다. 핵심 논리는 “비과세 축소 → 예금 이탈 → 조합 수익 감소 → 지역 지원 축소”라는 연쇄 충격이다.
농해수위는 “농·수협을 비롯한 조합법인의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 농어촌 지역경제와 지역공동체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기획재정위원회를 향해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업계 전망도 부정적이다. 상호금융권에서는 비과세 축소 시 최소 5130억원에서 최대 2조1800억원의 예금이 이탈할 것으로 본다. 상호금융 전체 수신의 약 1% 수준이다. 조합원은 예탁금 금리뿐 아니라 배당·지원사업 혜택의 감소까지 우려한다.
◇“수익성은 당장 버티겠지만”…업계의 진짜 문제는 ‘구조적 충격’
상호금융 관계자들은 일제히 구조적 파장을 우려한다.
우선 예금 이탈의 속도가 문제다. 상호금융의 조달 구조는 지역 기반 조합원 예탁금 의존도가 매우 높다. 비과세 인기 상품이 흔들리면 대체 자금 조달에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지역경제 순환 구조도 훼손된다. 지역 기반 대출·지원사업의 재원이 줄어들면 조합의 설립 취지가 약화된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초기 수익성에는 큰 타격이 없겠지만, 자금 조달이 흔들리면 지역 조합의 대출·지원사업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달 말 세법심사…결과 따라 ‘지역금융 미래’ 갈린다
쟁점은 ▲비과세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인가 ▲고소득 준조합원에 대한 단계적 과세를 적용할 것인가 등 비교적 단순하다.
익명으로 만난 여당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지역 민심이 얽혀 있어 단기적으로는 연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다만 소득 기준별 부분 과세 문제는 정부·여당 모두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달 말 기획재정위원회의 세법심사에서 ‘지역금융의 정체성’과 ‘세제 형평성’ 중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리는지에 따라 상호금융의 수익 구조와 지역 자금 생태계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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