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무한 경쟁으로 팽창하던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진입했다. 빠른 배송과 물량 확대에 중점을 두던 ‘속도전’이 막을 내리고 수익성과 효율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생존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산업 전반이 외형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수익성 극대화를 향한 ‘효율 경쟁 시대’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과 모바일쇼핑 거래액이 전월대비 각각 6.5%, 1.7% 증가했다. 거래 규모는 소폭 상승했지만, 성장세는 둔화되는 추세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2022년 10.3%에서 2023년 8.4%, 지난해 5.8%로 떨어졌다.
이커머스 시장은 고속 성장기를 지나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쟁의 초점도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과 효율 중심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시장 포화로 인한 성장 둔화는 산업 전반의 체질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소비자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사실상 끝나면서 기업들은 운영 효율과 비용 통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물류센터 확충이나 할인 경쟁보다 재고 회전율과 반품률, 고정비 비중 같은 내부 지표 관리 중요성이 높아졌고, 기업들은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대형 플랫폼들은 광고·구독 등 비거래 부문을 강화하며 손익 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이는 상품 판매에 의존하지 않고 구독료와 마케팅 광고 등 마진이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고정비를 상쇄하고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특히 멤버십 기반의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는 지속적인 재무 건전성 강화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배송·포장·인력 운용 등 세부 프로세스를 정비해 비용을 줄이며, 과거 외형 확장에 집중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이 산업 전반의 공통 과제로 자리 잡았다. 실제 쿠팡과 CJ대한통운이 선제적으로 추진중인 자동화 처리 시스템은 물류 단위당 처리 비용이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커머스 기업 간 외형 중심 경쟁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자 신규 수요가 아닌 유지율과 상품 단가, 효율이 경영의 핵심 지표로 바뀌고 있다. 시장 생존 기준 역시 달라지면서 이커머스 시장은 내실 강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이커머스 시장 흐름을 일시적 조정이 아닌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이미 시장이 포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기업들이 출혈 경쟁보다는 기술 투자와 내부 역량 강화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둔화 속에서 무리한 가격 경쟁이나 외형 확대보다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어적 경영 기조가 확산되고 있으며 업계 전반이 양적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내실 중심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허정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의 확장 가능성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 운용이 다른 분야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양적 경쟁, 가격 경쟁을 하기에는 부적절한 시기인 만큼 당분간은 장기적 역량 강화를 위한 방어적 경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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