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시장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7일 기준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은행채 5년물 연동)는 연 3.82~5.28%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금리 하단(3.69%)과 비교하면 일주일 새 0.13%포인트(p) 상승했고, 두 달 전인 8월 말(3.46%) 대비로는 0.36%p 높아졌다. 우대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적용되는 하단 금리 기준으로도 3.8%에 달해,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고객이 4% 중반대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낮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주담대 금리도 같은 날 기준 3.97~7.42%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 5월 이후 2.5%로 동결돼 있음에도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참조하는 '시장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AAA) 평균 금리는 9~10월 2.8~2.9%대를 유지하다 지난 6일 3.26%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1년 만에 최고치다. 일반적으로 시장금리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움직이는데,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오히려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환율 등 변수들을 고려할 때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이미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며 "오는 27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동결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오르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는 만큼, 일부에서는 '금리 인하 불가피론'도 제기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금리 급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장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 회복과 생산적 금융을 간접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소는 또한 "정부가 대출 총량 관리와 주택 수요 억제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가계부채 급증이나 주택가격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권은 급등하는 시장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낮추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3일 주담대 5년 주기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각각 0.04~0.05%p 인하했다. 이는 고객의 이자 부담을 일부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시장금리가 단기간 안정되지 않는 한 주담대 금리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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