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splash
강아지가 주머니에 5000원을 넣고 간식이랑 보리차를 싸서 진짜 가족을 찾으러 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종종 해왔던 질문이다. 당신은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가 갑자기 가족을 찾으러 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5000원이면 강아지가 구조된 성남까지 겨우 왕복으로 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도 녀석이 중간에 한눈만 팔지 않는다면. 요즘 세상에 5000원으로 가족을 찾으러 간다는 건 참 용감한 결정이다.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강아지를 보내줄 것인지, 가지 말라고 막을 것인지…. 어떤 반려인도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가을의 초입, 부산으로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 키우는 둘째 강아지 주스는 한 살이 겨우 넘은 터라 많은 게 무섭고 어리광도 많다.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강아지 친구 집에서 길지 않은 하숙을 하게 됐다. 우리는 그 집에 강아지를 놓고 오며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주스가 사고를 치면 어쩌지?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우리 강아지가 친구를 성가시게 하면 어쩌지? 새벽 6시에 산책 가자고 깨우면 곤란한데….
우리는 범일역 근처 포장마차의 떡볶이를 먹다가, 삼락생태공원에서 뛰다가, 보수동 책방 거리를 걷다가도 강아지 생각을 했다. 살면서 먹어본 떡볶이 중에서 제일 맛있는 떡볶이를 먹고 있지만 포장 떡볶이의 비닐 소리가 간식 봉지 소리처럼 들렸고, 보수동 골목 사이 높은 계단 앞에서는 계단 오르기를 좋아하는 강아지의 엉덩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강아지를 두고 오며 장난스럽게 “엄마는 엄마 인생 살러 갈 거야”라고 했지만 사실 우리 생활은 혹은 인생은 앞으로 강아지 없이 많은 것이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은연중에 알고 있었다.
©unsplash
이렇게 애타는 우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아지는 까만 친구와 잘 지내고 있었다. ‘우리만 짝사랑하고 있나?’ 하는 야속한 마음도 생겼다. 사진 속의 우리 강아지는 친구랑 뛰어다니고, 웃고, 장난도 치는 활발한 모습이었다. 부산에서 광명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우리는 생각했다. 강아지가 스스로 가족을 찾을 수 있다면 주스가 만드는 가족의 모습은 어떨까?
겨우 3일간이었지만, 문을 열자마자 주스는 망설이지도 않고 우리 품으로 달려왔다. 마치 3일이란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우리가 며칠 동안 봐왔던 사진과 똑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기쁨을 쉽게 잘 느끼는 강아지는 집 안에 있는 모든 동물과 사람에게 똑같이 펄쩍펄쩍 뛰며 마구 뽀뽀를 해댔다. 우리도 강아지들의 모습에 웃다가 오랜만에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와 선물을 나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모습에 괜히 강아지처럼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주스는 사람 친구들과 강아지 친구가 함께 있었으면 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근황을 묻고 간식을 나누다 깨달았다. 우리 집 강아지가 만드는 가족의 모습은 이런 거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강아지가 모두 함께 있는 집, 그게 주스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일 것이다. 아마 주스가 생각하는 집은 열 마리의 친구 강아지와 열 명의 사람이 함께 있겠지. 우리가 주스를 데리고 있는 게 아니라 주스의 세계에 우리가 포함된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강아지가 떠난다면 어떻게 할까?’가 아니라 ‘강아지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반려인이 될 수 있을까?’를 묻기 시작했다. 우리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스는 집에 돌아오는 길, 자동차 뒷좌석에서 줄곧 웃고만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질문하지만, 대답은 늘 강아지의 꼬리 끝에서 나온다.
홍지영
」간단 도시락과 한 그릇 요리 레서피들을 두 마리 반려견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함께 담아낸 〈도시락과 강아지의 기웃댐〉 저자이자 트위터 ‘도시락과 강아지의 기웃댐’ 계정주다. 서로 든든한 가족이 돼가는 과정을 콘텐츠로 기록하고 있다.
Copyright ⓒ 엘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