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이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호응하며 총 508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산업에 자금을 투입해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향에 발맞춘 행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향후 5년간 총 508조 원을 생산적 금융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 9월 우리금융이 80조 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하나금융 100조 원, 농협금융 108조 원,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110조 원을 집행하기로 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대규모 투자 전환이 본격화됐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정책 기조에 대한 민간 금융권의 적극적인 화답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부동산 중심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고 기업·산업으로의 자금 흐름을 유도하기 위해 정책금융, 민간금융, 자본시장 등 3대 축의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성장 단계별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이 핵심이다. 당초 100조 원 규모로 계획됐던 펀드는 민간 참여 확대 필요성에 따라 50조 원 증액됐다.
이 펀드는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모험자본 펀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5대 금융그룹은 국민성장펀드에 각 10조 원씩 출자하기로 하며 정부의 산업 육성 방향에 발맞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민간 금융의 투자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출의 위험가중자산(RWA)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다. 내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의 RWA 하한은 15%에서 20%로 상향되고, 은행이 보유하는 주식의 RWA는 400%에서 250%로 낮춰진다. 이로 인해 은행권의 총 RWA가 약 31조6천억 원 감소해, 그만큼 기업 투자 여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금융그룹은 이번 계획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실행 체계를 마련해 이행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KB금융은 지난 9월부터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운영하며 세부 실행 계획과 추진 실적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그룹 내 주요 자회사가 참여하는 통합 관리조직 '생산적 금융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신설해, 유망산업 발굴과 혁신기업 지원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경제성장전략 TF'를 구성해 포용금융·생산적 금융 등 주요 과제에 대한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우리금융은 회장이 주재하고 각 자회사 대표가 참여하는 '첨단전략산업금융 협의회'를 가동해 사업 진행상황과 리스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농협금융 역시 '생산적 금융 활성화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회장 직속 '생산적금융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실적을 직접 관리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금융그룹의 역할은 단순한 대출 창구를 넘어 국가 성장동력에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자로 진화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발맞춰 생산적 금융이 현장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조직적 실행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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