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투자비를 모두 회수한 석탄발전소들이 여전히 막대한 초과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괄원가보상제로 인한 ‘무위험 이윤’ 구조가 한전의 부채를 키우고 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이 10일 발표한 ‘석탄발전 과잉보상 실태와 해결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전력시장 구조가 석탄발전소에 과도한 보상을 제공해 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키고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미 투자비와 적정이윤을 모두 회수한 석탄발전소가 여전히 초과보상을 받고 있다며, 이들을 즉시 퇴출하는 것이 2040년 탈석탄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전력공사(한전) 자회사가 소유한 53개 석탄발전기 중 36기가 이미 투자비와 적정이윤(WACC 4%)을 모두 회수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남은 수명(약 30년)을 다 운영할 경우, 적정이윤을 초과하는 보상 규모는 53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준 수익률을 6%로 상향 조정하더라도 초과보상액은 약 40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초과보상액이 가장 높은 상위 5개 발전기의 경우, 30년 수명까지 운영될 경우 수익률이 13~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수준의 수익률은 ‘무위험 이윤’을 넘어서는 과도한 보상”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1년 도입된 총괄원가보상제가 화력발전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착화시킨 주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당초 이 제도는 한전 자회사(남동·남부·서부·중부·동서발전 등)의 원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발전소의 투자비와 연료비를 보전하며 “위험 없는 수익 구조”를 보장해주는 제도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작년 기준 한전의 부채는 120조원을 넘어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기후솔루션은 “국제 연료비 급등에도 발전사의 연료비를 그대로 보전해주는 현행 제도가 한전의 재정위기를 초래했다”며 “결국 그 적자는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보조금’”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발전소가 실제 전력을 생산하지 않아도 ‘준비돼 있다’는 이유로 지급되는 용량요금제도(Capacity Payment)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며 기준용량가격은 지난 10년간 90% 이상 상승했지만, 발전기의 실제 고정비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화력발전 과잉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으로 △초과보상 제도 전면 폐지 △총괄원가보상제 개편 △과잉보상 석탄발전소의 우선 퇴출 △재생에너지 및 유연성 자원(ESS·VPP 등) 투자 확대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미 투자비를 모두 회수한 석탄발전소부터 조기 퇴출해도 재무적 충격은 없다”며 “이를 통해 전력시장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현 전력시장 보상제도는 2001년 이후 유지돼 온 화력발전 중심 구조의 산물”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주 전원화를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가상발전소(VPP) 등 신전력 산업에 맞는 새로운 보상체계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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