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처리 작업 마치고 첫선…역대 왕의 글씨·도장 등 눈길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는 해와 달, 다섯 개 봉우리, 소나무, 파도치는 물결을 화폭에 담은 그림을 일컫는다.
조선시대 왕의 권위와 존엄을 나타내며 집무 공간에도 놓였다. 창덕궁의 중심 건물인 인정전의 경우, 임금이 앉는 자리인 어좌(御座) 뒤를 장식했다.
조선 왕실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일월오봉도가 옛 모습을 찾고 다시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최근 새 단장을 마친 지하 1층 '궁중서화' 전시실에서 창덕궁 인정전에 있었던 일월오봉도 병풍을 선보인다고 10일 밝혔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약 6년간 보존 처리한 뒤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다.
이번에 공개하는 일월오봉도는 가로 438.2㎝, 세로 247.7㎝ 크기로 병풍 형태다.
어좌 뒤에 세워뒀으나, 일제강점기에 일본풍이 더해진 봉황과 서수(瑞獸·기린과 같은 상서로운 짐승) 그림으로 교체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1964년 인정전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할 때 다시 놓은 그림이다.
중국 양쯔강 이남 지역인 강남의 봄 풍경을 상상해서 그린 '강남춘의도(江南春意圖) 병풍' 역시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친 뒤 처음으로 소개한다.
강남 지역은 예부터 수려한 산수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문화가 발달해 조선시대 문인들은 이를 이상적인 도시로 여기기도 했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새롭게 꾸민 궁중서화실에서는 조선 왕실의 글쓰기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역대 왕의 글씨를 돌에 새긴 어필각석(御筆刻石), 각종 현판을 모아 최고 통치자의 문학적 소양과 왕실 서예의 진면모를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왕실에서 쓰던 다양한 문방구, 왕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도장도 소개한다.
조선 헌종(재위 1834∼1849년)이 선대 왕의 인장(印章·도장)을 수집하고 관련한 정보를 모아 간행한 '보소당인존'(寶蘇堂印存) 등을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1900년 덕수궁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으나 고종(재위 1863∼1907) 대에 본떠 새긴 것이 전한다"며 "왕실의 우아한 문예 취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시실에서는 중국 고대 전설에 등장하는 서왕모가 신선을 초대해 잔치를 베푸는 모습을 그린 '요지연도'(瑤池宴圖) 속 장면 등도 생생한 영상으로 소개한다.
궁중서화 전시실은 11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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